‘여름 스크린 빅4’의 마지막 주자 ‘터널’이 무서운 속도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앞서 개봉한 ‘부산행’이 이미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인천상륙작전’이 600만, ‘덕혜옹주’가 400만 관객을 모았다. 앞선 영화들의 흥행에 “과연 ‘터널’ 까지 가능할까?”라는 의심이 있었지만, 역시 하정우의 원맨쇼는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다.

영화는 터널안에 갖힌 남자가 극한의 상황에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드라마. 개봉 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치열한 여름시장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직 이른 추측이지만 “지금까지 분위기로 봐서는 1000만 관객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하정우+α’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영화 ‘터널’이 1000만을 넘볼 수 있는 이유 셋을 공개한다.

◇영화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을 기억하십니까? 관객과의 밀당 통했다

자칫 영화는 지루할 있는 요소가 충분했지만, 김성훈 감독은 달랐다. 제한된 공간안에서 유머를 찾아냈고, 손에 땀을 쥐는 내공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전작 ‘끝까지 간다’에서 보여줬던 빠른 전개와 위급한 상황에서 툭툭 등장하는 코믹요소는 이번 영화에도 등장했다. 하정우는 터널안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심지어 작은 구멍을 통해 반대편으로 넘어가 또다른 희생자를 찾아내는 가 하면, 절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생명력을 보였다. 자신의 소변을 먹으려는 시도를 하는 과정 그리고 발견한 애견 탱이와 주고받는 대화는 “재난 영화 맞아?”라며 웃음까지 이끌어냈다. 하정우는 김성훈 감독에 대해 “유머를 아는 감독이었다. ‘끝까지 간다’의 블랙코미디가 마음에 들었고, 역시 이번 영화에도 연결됐다. 시나리오에 대해 얘기하는 즐거움이 있었던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하정우 홀로 이뤄낸 결과는 아니다. 제대로 주고받은 오달수의 빛나는 존재감

영화는 하정우가 전체 분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하정우의 원맨쇼’라고 하지만, 그의 옆에는 오달수가 있어 영화가 더욱 풍성해졌다. 영화에서 오달수는 소방관 역을, 배두나는 하정우의 아내 역을 각각 맡았다. 무엇보다 하정우와 오달수의 호흡은 ‘환상의 브로맨스’라 불러도 될 만하다. 하정우가 처음 부터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오달수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차편집이었지만 두 사람이 주고 받는 대화는 꽤 흥미로웠다. 오달수는 극중 물이 없어 고민하는 하정우에게 소변을 받아볼 것을 제안하는 동시에 자신도 체험에 나선다. 이 상황을 재치있게 풀어내는 것은 오달수의 몫이었던 것. 여기에 “저 안에 사람이 있어요!”라며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오달수였다. 

좌절과 희망 속 먹방을 얘기하다. 애견 탱이의 연기력도 통했다

터널 안 하정우 혼자는 아니였다. 극한의 터널안에서 하정우와 함께 견뎌낸 주인공은 다름아닌 애견 ‘탱이’ 였다. 둘이 주고받는(?) 밀당도 꽤 재미있다. 하정우가 비상식량으로 남겨둔 케이크를 몰래 먹어버린 탱이. 하정우는 육두문자를 쓰며 소리를 지르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탱이는 태연하다. 그동안 영화에서 다양한 먹방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던 하정우는 급기야 탱이의 사료를 들고 먹기도 한다. 하정우 역시 탱이와의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를 끝내고 나서 애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탱이와의 호흡이 정말 재미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물론, 탱이의 연기가 주요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다만 지루할 수 있는 요소요소에 등장, 이 귀여운 애견의 존재감은 머릿속에 깊은 잔상으로 남아 흐믓한 미소를 짓게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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