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화제]

서른 넘은 美 영주권자 박주원씨 한국 군에 자원 입대 

미국 대학 철학교수 휴직…'삶의 의미' 찾기위해 결심

"먼 인생의 작전타임", 만연한 병역 기피 풍조에 귀감


 "명예, 권력, 돈, 시간, 기회 등 얻고 싶어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내려놓았다. 나 자신을 훈련병과 이등병 신분으로 낮췄다."

 한국 육군 2사단 17연대 소속인 박주원(31·사진) 일병의 수기 중 일부분이다. 어찌 보면 평범한 사병의 수기에 불과하지만 박 일병은 서른이 넘은 나이에 미국 영주권자로 입대할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뉴욕주 스키드모어 칼리지 철학 교수 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삶의 의미를 찾아 군에 자원입대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박 일병은 여덟 살에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케냐로 건너가 11년 동안 살았다.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그는 운동화 바닥이 닳으면 타이어 조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덧댈 줄 아는 케냐 소년이 됐다.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공부한 박 일병은 28살에 미국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스키드모어 칼리지 교수가 됐다.

 그가 군입대를 결정한 것은 군복무가 자신의 삶에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박 일병은 "대학교수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이해해야 하는 직업이다. 군에서 여러 사람들을 사귀고,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군 생활을 통해 습득한 경험들은 전역 후 미국 대학 교수로 돌아갔을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박 일병은 많은 사람이 군대에 있는 시간을 버리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군대의 시간을 축구나 농구 게임에 있는 '하프타임' 또는 '작전타임'으로 비유했다.

 사회 고위층 자제들이 온갖 수를 써 병역을 기피하는 풍조 속에서 병역을 자진해서 이행 중인 박 일병의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

 박 일병의 입대와 군 생활 이야기는 올봄 병무청이 공모한 '자원 병역이행 병사 군 생활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31일 병무청은 현역병 입영의무가 없는데도 스스로 병역을 이행하는 젊은이들의 수기집 '대한사람 대한으로 2016'을 발간하고 이를 재외공관 등에도 배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