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시성식 전후 다채로운 기념 행사…수십만명 운집 예상
성베드로 광장 주변 테러 대비 보안 강화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빈자의 성녀' 테레사 수녀(1910∼1997)의 시성식과 시성 미사를 이틀 앞두고 바티칸이 들썩이고 있다.

교황청은 오는 4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 수 십 만 명이 모이는 가운데 테레사 수녀를 가톨릭 성인으로 공식 추대한다.

평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과 야외 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작년 12월18일 선포해 오는 11월20일 막을 내리는 '자비의 희년'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가톨릭 교단을 넘어 20세기를 통틀어서도 가장 상징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되는 테레사 수녀의 삶 자체가 가톨릭이 지향하는 자비의 사표가 될 뿐 아니라 교황 즉위 때부터 '가난한 교회'로 돌아갈 것을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철학과도 잘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시성식에는 또 테레사 수녀를 흠모하는 전 세계 신자 수 십 만명이 성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울 것으로 보여 규모 면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의 바티칸 행사를 압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모일 인파는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주재로 2003년 테레사 수녀를 복자로 추대한 시복식 때의 30만명을 능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테레사 수녀는 선종 6년 만인 2003년 10월19일 복자품에 올랐고, 이후 시성을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시성식에는 테레사 수녀가 평생을 바쳐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인도, 그의 모국인 마케도니아와 그와 피를 공유한 알바니아 등에서 특히 많은 신자들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알바니아계인 테레사 수녀는 지금의 마케도니아인 오스만 투르크에서 출생했다. 이 자리에는 또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 등 각국 고위 사절단, 바티칸과 로마 주재 외교공관 대표 등도 총출동한다.

이탈리아 보안 당국은 올 들어 바티칸에 최대 인원이 운집하는 이번 시성식을 앞두고 테러 등에 대비해 성베드로 광장 주변의 보안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시성식 당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테레사 수녀를 성인으로 추대해 달라는 요청을 라틴어로 3차례 받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역시 라틴어로 "마더 테레사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성인으로 선포하고, 성인 명단에 올림으로써 마더 테레사는 교회 전체의 존경을 받게 됩니다"라고 선포함으로써 테레사 수녀를 성인 반열에 올린다.

시성식을 전후해 바티칸에서는 테레사 수녀를 기리는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2일 밤에는 성베드로 광장에서 테레사 수녀의 봉사 정신을 기억하고, 전 세계 빈자와 약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철야 기도가 열리고, 3일 오전에는 테레사 수녀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전 세계 자원봉사자들이 성베드로 광장에 모여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한다.

이날 밤부터는 로마의 한 성당에서 테레사 수녀의 삶과 신앙 생활, 그가 남긴 메시지 등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회가 이어진다. 테레사 수녀가 선종한 날인 오는 5일을 비롯한 다음 주 내내에는 미사 등 종교 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축하 의식이 계속된다.

오는 7∼8일에는 테레사 수녀가 로마 체류 시 머물렀던 콜로세움 인근의 산그레고리오 마뇨 성당의 수녀원의 방도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이 성당은 테레사 수녀가 1950년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 로마 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