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가습기 살균제 원료'11개 제품 긴급 수거·환불 조치…미주 한인 소비자들은 '먹통'

[긴급진단]

아모레 퍼시픽 미주법인·납품업체 등 묵묵부답
마켓들도 "팔아?말아?" 우왕좌왕…해결책 시급


 한국발 독성물질 소식에 또 한번 LA한인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번엔 치약이다. 지난 26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CMIT/MIT)를 함유한 아모레퍼시픽의 11개 치약 제품을 회수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대형 마트들을 중심으로 해당 제품의 회수와 환불, 아모레퍼시픽의 사과 입장 발표 등 발빠르게 소비자 대응에 나서는 것과는 달리 LA한인 사회에선 소비자 대응은 고사하고 제조사와 공급사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아 대조가 되고 있다.

 ▶ 한국, 회수·환불 분주

 식약청의 발표 직후 아모레퍼시픽은 사과문과 함께 제품 회수 조치에 들어가는 등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7일 공식 사과와 함께 서둘러 치약 11종에 대해 자진 회수 조치를 내린데 이어 28일엔 심상배 대표이사 사장 명의의 신문 지면 광고를 내고 "최근 발생한 치약 제품의 안전성 문제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 등은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이미 구매한 고객에 대해 환불 조치에 나섰다. 해당 제품을 가진 소비자는 새 제품은 물론 일부 사용한 제품이더라도 매장에 방문해 제품을 제시하면 현재 판매가로 환불받을 수 있다. 

 ▶ LA, 마켓들 '나몰라라' 

 그러나 LA 한인사회는 정확한 정보 부재와 함께 업체의 무대응으로 인해 그야말로 '먹통'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먼저 책임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할 아모레퍼시픽 미주법인(뉴욕)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음성 메일을 남기라는 기계음만 나올 뿐이다. LA지역에 문제의 치약을 마켓에 납품한 공급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공급업체 박모 대표가 현재 출장중이라 가습기 살균제가 들어간 치약과 관련해 공식적인 답변을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공급업체에게서 들은 답변의 전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A한인 타운 내 한인 마켓들의 대응도 제각각이다. 해당 제품을 매장에서 일단 철수시킨 마켓이 있는가 하면 일부 마켓에선 그대로 제품을 계속 판매하고 있다. 한 한인 마켓 매니저는 "아직 공급업체의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일단 매장에서 제품을 철수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보호법 전문인 류영욱 변호사는 "해당 제품을 쓴 소비자에게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조 및 공급업체와 함께 마켓도 공동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업체의 지시가 없더라도 제품 회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이 모든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한인 소비자들이다. 문제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정보를 묻고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마저 막힌 기막힌 상황에 한인 소비자들은 속만 끓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