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달러로 어금니 2개 신경치료하고, 금니도 씌우고…"

[뉴스포커스]

 미주한인 등 재외국민 '얌체'부정 수급 갈수록 뻔뻔
 나랏돈 연 4400억 누수…작년 316명 적발, 3억 환수
"신분증 확인 불필요등 허술한 법규, 단속 강화 헛 일"

 

 미국 영주권자인 정모씨(39·여)는 자녀 두 명과 함께 한국 친정집을 찾았다. 정씨는 한국 체류 2주 동안 친언니 이름을 빌려 치과에서 양쪽 아래 어금니 신경치료와 함께 금니를 씌웠다.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건강보험 적용 후 정씨 부담액은 30만원을 넘지 않았다.

 정씨는 "미국 같으면 수천달러가 들었을텐데 왕복 항공료를 뽑고도 남았다"면서 언니의 건강보험증을 사용한 것에 대해 큰 죄의식은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외국 국적자 부정수급 더 심각

 미주한인 등 재외국민과 외국인들의 한국 건강보험증 도용(이하 증도용)이 대범해지고 이들에 의해 매년 수천억원의 부정수급이 이뤄지는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까지 증도용(대여 포함)에 의한 4억6000만원대 건강보험료 부정수급이 적발됐다. 적발된 인원은 모두 316명이고, 부정수급액 중 환수된 금액은 3억3000만원이다. 증도용 적발인원과 부정수급액은 2011년 247명, 2억원에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한국 국적을 버리고 해외 국적을 취득한 외국 국적자 등 '보험자격 상실자'들의 부정수급은 더 심각하다. 2011년 2만여 명이던 적발인원은 2015년 3만7000명으로 급증했고, 부정수급액은 21억원에서 31억원으로 50% 가까이 증가했다. 

 증도용은 주로 가족 등 일가친척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명의를 빌려준 쪽에서 자진 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적발이 쉽지 않다. 일시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다수 재외 한인 사이에서 증도용은 광범위하게 자행되지만 적발 인원이나 부정수급액 규모가 미미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규정 개정 불구 불법 여전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4년 증도용에 의한 보험재정 누수액이 연간 4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누수액은 중증질환 등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는 추세와 맞물려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증도용 수법과 원인을 알면서도 허술한 관련 법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왕복 항공료와 한국내 체류비를 감수하더라도 불법 보험혜택을 누리려는 시도는 허술한 규제에서 비롯됐다. 

 현행 법에는 병원이 건강보험증이나 신분증을 확인해야 할 의무 규정이 없다. 많은 병원에서 환자가 주민등록번호만 기재하면 신분증 사진과 대조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증도용을 막고 합법적으로 재외국민이나 외국인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 위해 보건당국은 재외국민 건강보험 관련 규정을 개정했지만 관련 불법행위는 줄지 않는 실정이다.

 당국은 2014년부터 재외국민과 외국인 모두 입국할 때마다 3개월치 보험료만 내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내에 재산과 소득이 전혀 없는 재외국민의 경우 지역가입자의 월 평균 보험료 8만876원만 부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