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터진 큰 악재에 당국, 대응태세 강화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9일(한국시간)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은 가운데 한국 경제당국은 예상을 뒤엎은 결과가 가져올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 경제부총리 교체를 둘러싼 컨트롤타워 공백 우려가 겹친 가운데 대외 리스크까지 더한층 무게를 더하면서 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 행정부의 통상정책 변화로 수출 타격마저 우려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먼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한미 양국간 공조체제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미국 대선 개표가 시작된 이날 오전부터 금융시장 관련 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면서 돌발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먼저 이날 오전 7시30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금융시장에 과도한 변동성이 나타날 경우 신속하게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른 시각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미국 대선 결과가 시장 예측과 다를 경우 주가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출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개표가 시작된 이후 트럼프가 경합 주(州)인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지에서 선전하면서 코스피는 장중 1,931선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 종가보다 달러당 6.0원 내린 1,129.0원으로 개장했다가 1,157.25원까지 상승하기도 하면서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결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45.00포인트(2.25%) 떨어진 1,958.38로 거래를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14.5원 오른 1,149.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극도에 달하자 한국은행은 오후 2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기존에 마련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등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우려되는 것은 단기적인 금융시장 충격 뿐만이 아니라 미국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한 여파다.

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였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대신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미국의 경제정책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극단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시사해 온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확대될 것으로 보여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가 수출 회복마저 요원해지면서 경기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정부는 트럼프 당선이 가시화한 오후 4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시장에서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왔던 만큼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이 고조되면서 변동성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의 국내 상황과 결합하면 우리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우선 목표로 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외정책은 현재보다 보호무역주의 성향과 주요국에 대한 환율 관련 압박 강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우선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수시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한다.

또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과 외채, 외화 보유액을 철저히 관리하고,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거시건전성 조치의 탄력적 운영, 민간부문의 외화자금 조달 등 외화자금 유입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한·미 양국의 공조가 더욱 강화되고 진화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최순실 파문으로 경제정책에 공백이 생긴 가운데 트럼프 당선 변수까지 불거지면서 한국 경제는 당분간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유 부총리는 대외경제장관회의 시작에 앞서 최근 국내 정치 혼란으로 인한 경제팀의 경제 정책 공백 우려에 대해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유 부총리는 "경제가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모두 흔들림 없이 모든 경제 현안을 빠짐없이 챙기고 해결해 나가겠다"며 "현재 추진 중인 정책들의 속도를 배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특히 추경 관련 민생예산이 국민께 신속히 전달되고 구조조정 대책이 현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각 부처는 집행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내년도를 위한 정책과제 준비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