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라운딩·술자리…'수해 골프' 홍문종 뒤풀이 참석 
가명으로 골프장 예약…"친목 모임…비용 각자 계산해 문제 없어" 

(단양·서울=연합뉴스) 공병설 홍정규 기자 =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성향 일부 국회의원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한 광화문 촛불집회가 열린 날 지방에서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일 시국선언과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대통령 하야 요구가 빗발치는 시국을 고려하면 적절치 못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의원 4명이 지난달 29일 충북 단양의 모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다.

이날 골프 모임 참석자는 이헌승(부산진 을), 권석창(충북 제천·단양), 문진국(비례대표), 김순례(〃) 의원 등이다.

애초 이날 라운딩에 '수해 골프'로 물의를 빚었던 친박계 핵심 홍문종(경기 의정부 을)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개인 사정으로 라운딩이 끝난 후 뒤풀이에만 참석했다.

홍 의원은 경기도당 위원장 시절인 2006년 7월 큰 수해를 입은 강원도 정선에서 당의 골프 자제령을 어기고 도당 인사들과 함께 강원랜드 골프장에서 사업가들과 어울려 골프를 쳤다가 제명당한 전력이 있다.

이번 골프 모임은 제천 출신으로, 현재 공직선거법 등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 중인 권 의원 주선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골프를 마치고 제천·단양 출신 새누리당 소속 충북도의원, 제천·단양 기초의원 등과 함께 술자리를 겸한 저녁 식사를 했다.

뒤풀이에 앞서 이들은 단양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 연주회에도 참석했으나 잠시 들러 얼굴만 비쳤다.

연주회 관계자는 "초청장도 안 보냈는데 전날 늦게 서울에서 국회의원들이 내려온다고 갑자기 연락이 왔다"며 "나중에 관객에게 소개하려고 했는데 온 지 얼마 안 돼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이들이 골프 회동을 한 날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파문과 관련, 첫 번째 대국민 사과를 한 지난달 25일부터 나흘째가 되는 날이자 서울 광화문에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날이다.

이들 일행은 골프장 예약 때 본인 이름이 아니라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골프장 관계자는 "예약자 명단에는 국회의원 이름이 없었다"며 "요즘은 남의 눈을 의식해 가명으로 예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골프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은 "특별한 목적은 없었고 단순히 친목을 다지기 위한 라운딩이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다른 사람을 통해 예약하느라 실명이 아니었다"며 "참석자들이 각자 골프 비용을 계산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