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미국국장 제네바行…미측 참석자가 '관전포인트'
"美전문가 트럼프와 선 닿는 인물시 예비회담 성격될수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 대미 외교라인의 핵심 당국자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이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민간 인사들과 접촉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15일 최 국장이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모습이 포착됐다며 그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 전문가들과 만나기 위해 베이징을 경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 국장이) 유럽 지역에서 미국 측 민간 전문가들과 '트랙 2'(민간) 차원의 접촉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확인했다.

북한의 고위 외교 당국자가 트럼프 당선 이후 미측 인사들과 접촉하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행정부 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향후 북미관계 및 대북정책 방향성을 타진하기 위한 '탐색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현재로써는 '백지상태'로 예측불허인 만큼, 북한으로서도 미측 전문가들로부터 향후 정책 전망을 들을 필요성이 있으리라는 관측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최 국장은 베이징 공항에서 취재진이 트럼프 행정부에 어떤 접근방식을 취할 것이냐고 묻자 "그들(트럼프 행정부)이 어떤 종류의 정책을 취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에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어떨지가 초미의 관심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미국 대선 전후로 도발은 비교적 자제하고, 트럼프 당선에 대해 직접적 반응은 보이지 않은 채 "주체의 핵강국과 상대해야 할 것", "핵포기는 옛 시대의 망상" 등 차기 행정부를 겨냥한 '메시지 공세'에 집중해 왔다.

이번 북미 비공식 접촉에서도 북한은 종전의 핵보유국 주장은 유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응 방식을 다각도로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접촉에 참여하는 미측 민간 인사들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화당 측과 연결고리가 있는 인사들이 포함될 경우 단순한 탐색전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 측 참석자가 중요하다"며 "트럼프 당선인 측과 선이 닿는 사람들이 나오게 되면 탐색전을 넘어서는 예비회담 성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이번 접촉의) 미측 인사들도 이전부터 유사한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로서 새로울 것이 없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사안이 아니다"며 의미를 깎아내리는 한편 트럼프 당선인 측과 강력한 대북제재에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종전 미국국 부국장으로 알려졌던 최선희에 대해 이날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외무성 미국국장'으로 사실상 처음 거명됐다. 우리 정부가 최선희의 국장 승진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성렬 전임 미국국장이 리용호 현 외무상의 후임으로 외무성 부상 자리에 올라가면서 최선희가 국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보고 있었으나, 북한의 공식 발표가 없어 그간 확인은 하지 않았다.

북한 최영림 전 내각총리(권력서열 3위)의 외동딸인 최선희는 오스트리아, 몰타, 중국 등에서 유학했으며 6자회담을 비롯한 주요 북핵협상에서 통역을 전담한 이력이 있다.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