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의혹 정치인 연루설 확산…여야, 긴장속 檢수사 주시
문재인 김무성, '연루설 유포자' 명예훼손 고소 
野3당·與비주류 '朴대통령 수사 지시' 비판…野 "최순실 덮일까" 노심초사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게이트(gate). 역대 정권 말기 때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단어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다시 돌아왔다.

전대미문의 일반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이라는 '최순실 게이트'가 한 달 가까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집어삼키며 정치권을 뒤흔든 가운데 이번엔 부산발 게이트가 불거질 조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부산 엘시티(LCT) 비리 의혹에 부산 지역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연루됐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최순실 게이트 못지않은 대형 정치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최순실 게이트와 엘시티 의혹이 묘하게 맞물리면서 연말 정국은 더욱 걷잡을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만에 하나 엘시티 스캔들에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연루되면 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게이트 정국이 최순실과 엘시티로 나뉘어 흘러가면서 최순실 게이트에 집중됐던 관심이 분산될 수 있고, 박 대통령과 여권 주류도 전열을 재정비할 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대선이 앞으로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각종 게이트가 잇달아 터져 나올 조짐을 보이면서 대선 구도 역시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각 당 지도부와 잠룡들 역시 긴장을 감추지 못한 채 검찰의 칼끝이 향하는 곳을 주시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경우 사실상 여권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이슈지만, 엘시티 의혹의 경우 정치권의 어느 누가 유탄을 맞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여서 대선 정국의 불가측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가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민주당 주류 친문(친문재인)계와 새누리당 비주류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는 설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점도 심상치 않다.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을 둘러싼 '엘시티 연루설'이 인터넷에 퍼지자 "사실무근·흑색선전"이라며 각각 검·경에 유포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출구 없이 사면초가에 몰린 여권 주류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미확인설까지 나돈다. 다시 말해 죽음이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면 차라리 스스로 죽을 각오로 탈출구를 찾아내든가, 아니면 전투에 참가한 피아가 모두 함께 자폭하는 극단적 상황까지도 상정했을 것이란 설이다.

우연일 수도 있겠으나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를 전후로 청와대와 새누리당 주류 친박(친박근혜)계가 반격의 채비에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박 대통령의 엘시티 수사 지시에 대해 "근거없는 의혹 제기에 대한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반박했다.

친박 일색의 새누리당 지도부도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가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고, 비주류 측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는 태도도 더욱 완강해졌다.

반면 야권과 여권 비주류는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를 비판하며 정국의 초점이 최순실 게이트에서 엘시티 비리 의혹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물타기'를 통한 국면 전환에 착수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여권 비주류는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자기편끼리 똘똘 뭉쳐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건 국민 속에 자신들만 고립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엄청난 발표를 해도 최순실 게이트는 덮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이 반격을 시작해 자신에 대한 수사는 변호인을 통해 온몸으로 막고 엘시티 게이트만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자기모순과 이중잣대는 적반하장"이라며 "야3당은 어떤 경우에도 청와대의 정면돌파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에 대해 "이 시점에서 그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해 "고개 숙였던 사람이 며칠 지나지 않아 '뭐 그리 잘못한 게 있느냐'고 다시 고개를 든다면 현실을 매우 잘못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