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1987년, 두 다리 없이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여자 아기가 미국 일리노이주의 평범한 가정에 입양됐다.

양부모는 아이를 바구니에 넣고 다니라는 의사의 조언을 거부했다. 부모의 믿음대로 아이는 자라며 걷고 뛰는 법을 배웠다. 두 팔과 엉덩이로.

형제들과 함께 나무를 타고 트램펄린을 방방 뛰는 씩씩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아이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자신보다 6살 많은 체조선수 도미니크 모치아누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홀딱 반했다.

그 체조선수는 알고 보니 아이의 친언니였다.

기이한 운명의 삶을 살아온 공중 곡예사 제니퍼 브리커(29)의 사연을 영국 BBC 방송이 25일(현지시간) 조명했다.

양부모 샤론·제럴드 브리커는 제니퍼가 루마니아계 입양아라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고 두 다리가 없는 딸을 다르게 키우지도 않았다.

그는 "부모님은 모든 것에서 나를 뛰어내리도록 격려해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며 "그분들이 나를 다르게 대하지 않았기에 나는 내가 다르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제니퍼는 루마니아계인 체조선수 도미니크 모치아누가 자신과 닮아 보여 더욱 도미니크를 선망하게 됐고 자신도 체조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실제로 체조를 시도했을 때는 많은 박수를 받았다.

제니퍼는 16살 때 양부모에게 자신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물었고 도미니크가 자신의 생물학적 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브리커 부부는 입양 서류에 쓰인 친부모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도미니크가 1996년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관중석에 앉은 도미니크 부모의 모습이 카멜리아·두미트루 모치아누란 이름과 함께 TV에 비치자 그들이 제니퍼의 친부모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제니퍼는 스무 살이 됐을 때 도미니크에게 "당신은 평생 내 우상이었고 내 친언니로 밝혀졌어요"라는 편지를 썼다.

도미니크는 은퇴 후 동료 선수와 결혼해 첫 아이 출산을 앞둔 2007년 10월에 그 편지 봉투를 열었다. 동봉된 사진에는 자신의 동생 크리스티나와 똑 닮은 여자의 모습이 있었다.

도미니크는 "그 편지가 내 인생 최대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당장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1987년에 여자 아기를 입양시켰나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울면서 "그렇다"고 답했다.

동유럽 출신 체조선수였던 아버지는 독재적이었다.

완벽한 체조선수로 도미니크를 키우기를 원했고 생후 6개월 된 도미니크를 빨랫줄 위에 올려놓고 시험했을 정도로 낡은 방식으로 도미니크를 가르쳤다. 도미니크는 17세 때인 1998년 아버지가 자신을 가혹하게 양육했다며 경제적 독립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승소했다.

그런 아버지는 다리가 없는 제니퍼가 태어나자마자 입양을 결심했다. 어머니는 발언권도 얻지 못한 채 갓 낳은 딸을 품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보냈다고 한다.

도미니크는 출산하고 나서 제니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니퍼는 자신에게 다리가 없다는 사실을 그때 언니에게 알렸다.

도미니크와 제니퍼, 막냇동생 크리스티나까지 세 자매는 2008년 봄 첫 상봉을 했다.

제니퍼가 생모를 만난 것은 생부가 세상을 떠난 후인 2010년이었다.

체조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여줬고 생모는 크게 놀랐다고 한다.

제니퍼는 "그분도 자신은 내게 그런 인생을 주지 못했을 것임을 알고 계셨다"며 "그분에게 원망은 없다. 양부모님이 내게 쓰라리게 살아가지 않을 자유를 주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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