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측 "큰 영향 확신" vs 국회측 "사건 본질과 무관"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었다가 갈라선 뒤 국정농단을 처음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측근들의 녹음파일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수로 부상하면서 그 영향력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2천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녹음파일이 탄핵심판의 승패를 좌우할 '핵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한편에선 '불발탄'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 대리인단은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고씨 관련 녹음파일 2천여개와 녹취록을 복사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검찰은 10일 헌재의 요청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고씨 관련 녹음파일 2천여개와 녹취록 29개를 모두 제출했다.

녹음파일에는 고씨가 대학 동기이자 친구인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 대학 후배인 박헌영 과장 등과 짜고 재단을 장악해 정부 예산을 빼돌리고 사익을 추구하려 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 공판에서는 녹취록 중 일부가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고씨가 "내가 재단에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이사장하고 사무총장하고 쓰레기XX 같아…정리를 해야지. 쳐내는 수밖에 없어"라며 "…거기는 우리가 다 장악하는 거제"라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녹음파일에는 "내가 제일 좋은 그림은 뭐냐면…이렇게 틀을 딱딱 몇 개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거니까 난 그 그림을 짜고 있는 거지"라는 고씨의 언급이 들어있다.

대통령 측은 녹음파일과 녹취록이 탄핵심판의 전세를 뒤집을 '메가톤급' 증거이자 그간의 주장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리인단은 그동안 최씨와 '불륜관계'였던 고씨가 자신의 측근들과 함께 사익을 추구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최씨와 대통령의 관계를 악용해 사건을 악의적으로 왜곡 제보해 사안이 변질했다고 주장해 왔다.

대리인단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일부 파일을 들여다 봤는데,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며 "앞으로 큰 영향을 줄 것은 확실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국회 소추위원단은 녹음파일 대부분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대화가 대부분이고, 관련 있는 대화 역시 탄핵심판의 본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소추위원단 한 관계자는 "휴대전화에 자동 녹음 앱이 있어서 파일 갯수가 많아 보이지 개인적 대화가 대부분인 것으로 안다"며 "고씨가 재단을 장악하려고 했건 말건, 대통령의 탄핵 사유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헌재 요청에 따른 것이지만, 검찰이 녹음파일 2천개를 '순순히' 넘긴 것 역시 대통령 측의 기대와 달리 별다른 내용이 없어서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헌재는 16일 14차 변론기일에서 녹음파일 소유주인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를 불러 신문할 예정이어서 그의 발언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녹음파일의 내용이 탄핵사유와 관련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중대성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씨의 녹음파일이 종반으로 접어든 탄핵심판의 판도를 바꿀 것인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인지 파일 내용과 헌재의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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