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부돌’(유부남, 유부녀+아이돌의 합성어)이란 신조어는 크게 낯설지 않다. 과거 아이돌의 결혼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1세대 아이돌의 결혼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12일에는 H.O.T 문희준이 걸그룹 크레용팝 소율과 웨딩마치를 올리며 ‘아이돌 1호’ 부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 유부돌은 1세대 아이돌 뿐만 아니라 현직 아이돌에게도 적용되는 가운데 결혼을 바라보는 가요계 달라진 풍속도를 짚어봤다.  

젝스키스 고지용은 2013년 의사 허양임씨와 결혼 후 슬하에 아들을 두고 있다. 지난해 재결합한 젝스키스에 합류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최근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고정 출연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은지원은 2010년 13년만에 만난 첫사랑과 결혼에 골인했지만 2년만에 합의 이혼했다. 그 이후에도 활발하게 예능 및 음악 활동을 이어가며 꾸준한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god에서는 막내와 맏형이 유부돌로 활약중이다. 김태우는 지난 2011년 한 살 연하의 김애리씨와 결혼식을 올렸고 SBS ‘오! 마이 베이비’를 통해 삼남매를 키우는 모습을 공개했다. 맏형 박준형은 2015년 1년간 교제한 13세 연하의 승무원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NRG 노유민 역시 지난 2010년 6세 연상 이명천씨와 결혼 후 슬하에 2녀를 두고 있다.  

1세대 대표 걸그룹이자 요정돌인 S.E.S.는 이제 완전체 유부돌이란 수식어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6년만의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며 화려하게 재결합을 알린 S.E.S는 올초 데뷔 2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을 발매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미 슈와 유진이 각각 2010년과 2011년 농구선수 출신 기업인 임효성, 배우 기태영과 결혼을 한 가운데 바다 역시 지난달 SNS를 통해 오는 3월 결혼 사실을 알리며 진정한 유부돌로 등극한다.  

S.E.S.와 함께 1세대 걸그룹을 대표하는 핑클의 이효리도 가수 이상순과 2년 열애 끝에 2013년 결혼했고, 이진 역시 지난해 일반인과 하와이에서 스몰웨딩을 했다. 결혼 후 제주도에서 생활 중인 이효리는 올해 컴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세대 아이돌 외에도 슈퍼주니어 성민, 브라운아이드걸스 나르샤 등이 ‘유부돌’로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최근에는 결혼 3년차 유키스 일라이가 방송을 통해 사랑꾼과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공개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SBS ‘백년손님’과 KBS2 ‘살림하는 남자들’에 모습을 보이며 좋은 인상을 남긴 일라이는 ‘살림하는 남자’ 시즌2에 고정 출연을 확정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 유키스 멤버 였던 동호 역시 방송인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라이와 동호 모두 결혼 공개 당시 주위의 우려를 잘 헤쳐나가며 새로운 연령층의 팬까지 가지게 됐다. 

과거에는 아이돌의 결혼은 연예인 생활의 종착지로 여겨지며 비공개로 진행되거나 숨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지금도 도를 넘는 ‘사생팬’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이돌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팬 문화 역시 어느 정도 자리잡게 되면서 결혼을 향한 시선도 달라졌다. 그로 인해 1세대 아이돌 뿐만 아니라 현직 아이돌의 결혼 소식에도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있고 스타 역시 결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팬들과 소통하며 축하받길 바라고 있다. 특히 가수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중인 1세대 아이돌은 결혼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기자에 비해 강한 팬덤을 지닌 아이돌 그중에도 보이그룹 출신들은 결혼에 대해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문희준 역시 결혼 직전 오랜 팬덤과 갈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10일 팬카페에 콘서트 결혼자금과 소율 태도 논란에 대해 해명글을 올린 문희준은 결혼식전 기자회견서 “제가 좀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떤 게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제가 조금 더 잘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고 고맙고 너무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이미 1세대 아이돌 자체가 결혼 적령기거나 그 시기를 넘어섰다. 팬들 역시 함께 성장하면서 과거에 비해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진짜 팬이라면 스타의 진정한 행복을 바라면서 축하해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과거 아이돌의 결혼을 연예계 활동의 끝이라고 봤다면 이제는 결혼 후에는 기존 활동 뿐 만아니라 새로운 콘셉트로 변화는 물론 팬층의 확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래된 팬들과 원활한 소통과정이 우선되어야 유부돌로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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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