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방송 인터뷰…"사태 막으려면 미중협력이 가장 중요"
"군사력 사용은 최후수단이지만 항상 테이블에 올려두는 선택"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한반도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3일(현지시간)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미국과 중국의 신뢰회복과 협력에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힐 전 차관보는 이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2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의 의미를 해설하고 해결책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과 관련, "내가 강조하려고 하는 것은 북한이 테스트하려고 하는 것은 꼭 미국의 새 대통령만은 아니라는 점"이라며 "그들은 미국, 일본, 중국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도 없고 그냥 자국의 군사 프로그램을 밀고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 같은 계획에 대처할 방안으로 ▲동맹국들의 단결력 강화 ▲한국과의 공조 강화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제시했다.

힐 전 차관보는 "가장 먼저 동맹 전체가 뭉쳐야 한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와 뜻을 함께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다음으로 한국과의 공조를 튼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 전 차관보는 "우리는 지금 매우 섬세하고 발전된 미사일 방어체계(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국에 배치하려고 하느라 바쁜데 아마도 올해 후반에는 설치될 것"이라며 "사드는 미국이 하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한국인들에게 전하는 매우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힐 전 차관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거론했다.

힐 전 차관보는 "우리는 중국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중국도 미국 없이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중국이 2년간 많이 했지만 더 해야 한다. 재정적인 면, 에너지 공급 등 제재 범위는 넓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중국에 '이 문제 좀 해결해라'라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며 그러면 중국도 같은 방식으로 미국에 문제 해결을 떠넘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협상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미국이 관심 있는 부분, 관심 없는 부분을 솔직하게 보여주면서 논의하면 중국과 협업을 더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중 양국이 이런 신뢰관계를 구축하면 북한이 더는 핵무기 개발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대북 대화론자인 만큼 군사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설치한다면 미국으로서는 매우 심각한 군사적 대응을 고려하는 수밖에 다른 방안이 많지 않다"며 "그러나 군사력 사용도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이고 배제할 일도 없겠지만 이는 가장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빌려 "아마 2020년 전에 미국인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실험이 있을 수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하겠지만 그때는 이미 설득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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