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이영애도 감탄한 ‘미인도’의 정체는?

‘사임당’ 첫회에서 극중 이탈리아 학회에 갔던 한국미술사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 분)이 볼로냐 근교의 한 미술관에 들렀다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미인도’를 보고 놀라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미인도’를 계기로 드라마는 안견의 ‘금강산도’를 둘러싼 비밀스토리로 빠져들어갔다. 

당시 ‘미인도’가 실제로 이영애와 닮아있어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이 ‘미인도’는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 영화 등에서 프로듀서 및 미술 감수를 해오면서 ‘사임당’의 전통화 부문 디렉터로 활동중인 오순경 민화작가의 작품이다. 

오순경작가는 ‘미인도’를 제작하기에 앞서 신윤복의 ‘미인도’처럼 전통방식으로 그릴지 , 아니면 서양화 화법을 도입할 것인지를 놓고 제작진과 숱하게 협의했다. 어떤 방식으로 그리느냐에 따라 안료가 달라지고, 초상화의 톤도 분명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오작가는 결국 전통화법을 택했고, 얇은 비단인 화견에 틀을 짜서 앞뒤로 채색하는 이른 바 배채법(背彩法)을 활용, 천연색으로 100여회나 붓질을 했다. 여기다 이겸이 이탈리아에서 그린 설정에 따라 당시 시대의 유행도 적용, 눈동자에 조명이 비치는 듯한 반짝임도 공들여 그렸다. 덕분에 맑고 하얀 이영애의 피부와 갈색빛이 도는 눈빛을 생동감있게 선보일 수 있었다. 

보통 6개월이 걸리는 큰 작업이지만, 오 작가는 방송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잠을 줄이며 두 달여 만에 완성했다. 방송에는 현재 지윤이 입수한 고화처리된 ‘미인도’와 이탈리아에서 이겸이 그린 ‘미인도’가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안겼다. 드라마를 위해 그는 ‘미인도’만 총 여섯작품을 제작하는 수고를 아끼기 않았다. 

오 작가는 박은령 작가의 “앉아있던 사임당이 일어나서 신발을 신는 모습”이라는 요청에 몸을 살짝 비틀고는 손으로 치마를 들추면서 일어나는 포즈, 살짝 벌린 입을 그리면서 뭔가를 말하려는 모습도 진짜 사람처럼 실감있게 담았다. 일반적인 초상화를 그리는 방식과는 다르지만, 보는 이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던 건 초상화의 전통화법이 잘 지켰기 때문이다.

오 작가에게서 한 달 여간 민화를 배우던 이영애는 ‘미인도’를 접한 뒤 “정말 예쁘게 그리셨다. 나보다도 젊어보인다”고 즐거워하며 감탄했고, 방송 스태프들도 “아련해 보이고 뭔가 느낌이 있는 표정이 이영애씨와 그대로 닮았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또한 오 작가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많은 그림에 대해 “‘사임당’속 ‘연화도’와 ‘초충도’의 경우, 사임당의 작품에는 힘이 있으면서도 단아함이 강조되고, 휘음당 최씨의 작품은 화려함이 도드라진다”라고 귀띔하며 “덕분에 드라마를 통해 사임당과 이겸, 휘음당의 다양하고도 풍부한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 한국 민화협회와 한국민화센터의 이사이자 추계예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오 작가의 작품은 서울옥션 프린트 베이커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 분)이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임당(이영애 분) 일기에 얽힌 비밀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퓨전사극이다. 일기 속에 숨겨진 천재화가 사임당의 불꽃같은 삶과 ‘조선판 개츠비’ 이겸(송승헌 분)과의 불멸의 인연을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아름답게 그려낸다. 오는 15일 7회가 방송(한국)한다. 

hjcho@sportsseoul.com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