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라이트’와 ‘라라랜드’가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주역이었다. 

26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문라이트’는 작품상과 각색상, 남우조연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특히 영화는 흑인인 젱킨스 감독 연출한 작품으로 흑인 감독의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12년’(2014)에 이은 두 번째다. 이번 영화의 수상으로 인해 배우 겸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의 역량도 다시 한 번 입증됐다. 브래드 피트는 앞서 ‘노예12년’의 제작도 맡은 바 있다. ‘문라이트’는 흑인 동성애자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양성과 차별의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최근 인종주의 및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관심과 반 트럼프 정서가 높아진 미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수상자가 잘못 발표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마지막 수상작인 작품상 발표자로 나선 원로배우 페이 더너웨이와 워런 비티가 수상작으로 ‘라라랜드’를 호명, 제작진이 수상소감까지 발표했다. 이후 사회자 지미 키멀이 황급히 나서 다시 봉투를 건네면서 ‘문라이트’로 수상작을 정정했다.  

‘라라랜드’는 감독상, 여우주연상, 미술, 촬영, 음악, 주제가상 등 6관왕에 오르며 성과를 거뒀다. ‘라라랜드’는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 서로의 무대를 완성해가는 배우 지망생과 재즈 피아니스트를 통해 꿈을 좇는 청춘의 열정과 사랑을 그린 뮤직 로맨스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엠마 스톤은 “나를 이 자리에까지 있게 한 엄마, 아빠, 가족에게 너무 감사한다. 그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동생은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며 눈물의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연출을 맡은 다미엔 차젤레 감독에게 “이런 뮤지컬 영화에 출연하게 해줘서 감사하다”라며 “이런 모든 뮤지컬 영화는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데 내가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너무나 훌륭한 파트너였던 라이언 고슬링에게도 감사하다”며 모든 공을 돌렸다. 

한편, 이번 시상식에선 관계자들의 ‘반(反) 트럼프’ 성향을 확실하게 내비쳤다. 시상식 진행을 맡은 지미 키멜은 오프닝 멘트에서 “나라가 분열됐다. 미국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고 우리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지난해 아카데미상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올해는 사라졌다. 모두 트럼프 덕분”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 레드카펫 행사에선 배우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항의·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를 지지하는 의미를 담은 파란색 리본을 달고 등장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whice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