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엔 "김정남가족 시신확인 불허" 요청…말레이엔 시신인도 요청
말레이, 시신 인도 앞서 김정남 여부 확인 압박 예상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이용한 김정남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이 사태 해결을 위해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고위급 관리를 파견해 주목된다.

북한은 이날 중국에 차관급인 리길성 외무성 부상을, 김정남 암살사건이 발생한 말레이시아에는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을 동시에 파견했다.

리길성 부상의 베이징 파견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이은 김정남 피살 사건 등으로 북·중 관계가 복잡해진 상황에서, 북한이 불편해진 중국의 심기를 누그러뜨리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또 김정남 시신 인계를 둘러싸고 유족들과 북한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에 협조를 구해 김정남 시신 인도를 성사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정남의 가족으로 베이징에 본처 신정희와 아들 김금솔, 마카오에 둘째부인 이혜경과 한솔·솔희 남매가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들을 통해 김정남과의 친자확인을 하려고 하지만, 중국이 허락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지난 7일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 등을 별장에 초청해 신춘연회를 열고 9일엔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이 개최한 '2017 북·중 우호 봄맞이 음악회'에 참석하는 등 최근 중국 측과 만남이 잦았던 리 부상이 중국을 찾는다는 점도 이런 측면에서 주목된다.

이와 함께 북한은 리동일 전 유엔 차석대사를 말레이시아에 파견함으로써 강철 현지주재 북한대사의 부검 및 수사 비판 발언으로 '단교' 직전까지 간 양국관계를 풀 해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리 차석대사를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통해 김정남 시신 인계 문제와 현지 경찰에 체포돼 기소를 앞둔 리정철과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 등 주요 용의자들의 신병처리 문제에서도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리 전 차석대사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방문 목적을 '인권문제 논의와 합의'라고 언급, 북한 용의자 체포 등 문제를 인권문제로 포장하려 했다.

그는 이어 체류 기간 말레이시아 측과 ▲북한 인민 시신의 북한 인도 ▲경찰에 체포된 북한 시민의 석방 문제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우호 관계 강화 등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북한은 김정남 암살사건 당사국인 말레이시아와 김정남 시신인도 등 암살사건 후속조치에 열쇠를 쥔 중국을 동시에 접촉, '북한 배후설'의 고착화를 차단하는 동시에 이번 사태를 유엔에서 쟁점화해 김정은 정권 처벌을 시도하는 국제사회에 맞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가지고 있지만, 김정남 암살에 대해 북한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사망자를 '북한 남성'이라고 칭하고 언론보도 통제에도 나서기도 했다.

따라서 중국이 리 부상의 '설득'에 얼마나 호응할지가 주목된다.

다만, 국제적으로 금지된 신경안정제 VX가 동원된 김정남 피살 사건을 안방에서 당한 데다 강철 북한대사의 경찰수사 비난 발언으로 악화할 데로 악화한 말레이시아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현지 소식통은 "북한이 김정남 암살사건의 배후로 굳어지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및 말레이시아와의 관계도 악화하는 국면이어서 대표단 파견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며 "그러나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