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심과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 우려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5원 오른 1,156.1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1월 9일 기록한 15.3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상승 폭이었다.

이날 역외 환율의 영향으로 7.5원 오른 1,149.1원에 출발해 1,149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오전 10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배치와 관련해 최고 수위의 비공식 제재를 내린 것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관광업계에 한국 관광상품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라고 구두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인 베이징을 시작으로 다음주 초까지는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지침이 전달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외환시장은 중국의 보복조치 우려 이전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연이어 금리 수준에 대한 강경 발언을 내놓아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불을 지피고 있기 때문이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미국이 완전 고용에 가까우며 물가도 목표치에 가까이 가고 있는 데다 세계 경제도 개선됐다면서 금리를 "조만간"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낮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제롬 파웰 연준 이사도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근거가 모이고 있다"며 "논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앞서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도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번 주말에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시카고에서 연설할 예정으로, 이 자리에서 금리 인상과 관련해 보다 더 분명한 신호가 나올지 주목된다.

미국 고용지표의 호조도 금리 인상에 가능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주 신규로 실업수당을 청구한 인원이 22만3천 명에 그치며, 4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이 예상한 24만5천건을 크게 밑돌았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외환시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했다가 뒤늦게 어제부터 반영하다 보니 환율이 조금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여기에 중국발 경제보복 이슈가 더해지면서 최근 단기 고점인 수준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100엔당으로 1,012.75원으로 지난 2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1,000.31원)보다 12.44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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