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

과일이나 견과류 등 '이것 저것'맛보는 손님들 때문에 골치
놔두자니'도를 넘고' 말리자니'싸우고',이러지도 저러지도
귤 하나때문에 경찰 출동하기도…"마켓이 운영의 묘 살려야"

 
 한인마켓서 음식과 과일을 맛보는 공짜 시식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시식 담당자가 건네주는 시식용 음식과 과일을 맛보며 쇼핑하는 것 또한 한인 마켓의 남다른 재미 중 하나다. 다 공짜이기 때문.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 수북이 쌓여 있는 귤 하나를 까서 먹어 보고 맛이 없어 사지 않으면 이것은 '시식'일까 '절도'일까. 크기가 더 작은 땅콩의 경우는 어떨까.

 시식과 절도의 차이에 대한 한인마켓 매니저들의 대답은'상황에 따라 다르다'다. 법을 적용해 엄격히 말하면 마켓 내에서 허락 없이 판매용 과일과 음식을 마음대로 먹는 것은 위법이다. 그렇지만 시식과 절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지침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마켓 물건을 가방이나 옷 속에 감추고 계산대를 넘어서는 것과 같이 명백한 절도 행위를 제외하고 시식과 절도를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땅콩이나 대추처럼 크기가 작은 것은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한두개 맛을 보는 일이 한인마켓에서 허용된다. 하지만 귤이나 사과 등 크기가 큰 과일부터는 시식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배경에는 매장 내에서 시식을 놓고 고객과 언쟁을 벌이는 일을 피하려는 한인마켓의 현실적인 입장이 있다. 

 '한번 맛본 것이 대수냐'는 고객의 입장에 '법과 규칙대로 대응'하면 불만과 다툼이 발생하게 된다. 자칫 손님과의 입씨름이 마켓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마켓 매니저들은 엄격한 규칙 적용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땅콩처럼 작은 것은 시식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이른바 '운영의 묘'라는 마켓 나름의 대응방식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한남체인의 홍순모 이사는 "그저 고객의 교양과 상식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엄격하게 법대로 처리하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식을 놓고 종종 마켓과 고객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특히 나이드신 노인들의 경우가 그렇다.

 한 마켓 매니저가 들려준 사례.
 귤을 하나 까먹고 맛이 없어 사지 않은 할머니를 직원이 제지하자 "맛을 봐야 살지 말지를 결정할 것 아니냐"며 "귤 하나 맛 본 것이 뭐 그리 대수냐"며 언성을 높혔다. 결국 싸움이 커져 경찰이 출동한 후에야 소동이 진정됐다. 경찰은 "마켓측이 원하면 절도범으로 체포 및 구금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마켓측은 만류했다. 소동으로 끝이 났지만 이 매니저는 "미국 마켓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하면 절도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며 씁쓸해 했다.

시식이냐 절도냐. 풀기 쉽지 않은 한인 마켓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