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전세계 억만장자 44% 70세 이상, 총재산 인도 한해 GDP와 맞먹어
 자녀 등과의 재산 다툼 심화, 대물림 과정서 소송 등으로 갈등 폭발
"다음 세대 사상 최대 규모 '재산 손바뀜'…신중한 계획 없으면 파멸"

 인구 고령화와 함께 부의 고령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부를 대물림 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줄이려면 신중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500대 갑부 218명 70 넘어

 최근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이름을 올린 전 세계 500대 갑부 가운데 70세 이상인 이는 모두 218명(44%)으로 이들의 총 재산은 2조1000억달러(약 2430조원)에 이른다. 인도의 한 해 GDP(국내총생산)와 맞먹는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최신 보고서에서 "다음 세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 손바뀜이 곧 일어날 것"이라며 "신중한 계획이 없으면 상당한 재산이 심각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부의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곳이 미국과 유럽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내 인물 가운데 80세 이상인 경우가 각각 25%, 23%에 이른다. 아시아 지역의 70대 억만장자 비율도 20%나 된다. 중국인 가운데는 80대 억만장자가 전체의 3%에 불과하다. 약 40%가 50대 미만이라고 한다.

 부의 고령화에 따른 문제는 최근 미국 미디어산업의 '대부'로 꼽히는 섬너 레드스톤 비아콤·CBS코퍼레이션 명예회장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두드러졌다. 필립 다우먼 전 비아콤 CEO(최고경영자)와 레드스톤 회장의 딸 샤리의 갈등은 지난해 8월 다우먼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일단락됐으나 올해 93세인 레드스톤은 이번 분쟁에서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소송에 휘말리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 사이 그의 회사는 스트리밍 서비스 등 인터넷 부문을 강화할 좋은 기회를 잃는 등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이날 현재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서 레드스톤은 38억달러의 재산으로 460위에 이름을 올렸다.

 ▶버핏·게이츠는 '기부'로 대처

 반면에 부의 고령화에 대한 모범적인 대응 사례 가운데 하나로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설립자인 잉그바르 캄프라드(90)와 독일 유통업체 리들(Lidl)의 창업주인 디터 슈바르츠(77)를 들었다. 이들이 이미 세제에 유리한 지주 체제를 구축해 사후 재산관리 리스크(위험)에 대비해뒀다는 것이다. 캄프라드와 슈바르츠의 재산은 각각 429억달러(10위), 214억달러(33위)에 이른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86)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의 고령화 문제에 맞서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꼽히는 부자인 그는 전 재산 790억달러 대부분을 기부하기로 했다. 

 한편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이름을 올린 갑부 가운데 최고령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알라즈히 은행 공동 창업자인 술라이만 알라즈히(97)로 간신히 500위(36억달러)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