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피살됐다" 발언…北 '쇼크사' 주장 반박
검은 옷은 '상복' 해석도…2월 중하순 촬영, 안전 확보되자 게시한듯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한 특수요원들에 의해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유튜브를 통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뒤 마카오에서 생활해 온 김한솔을 비롯한 그의 가족은 자취를 감췄다.

일부에선 김한솔도 김정은이 잠재적 위협으로 여길 만한 '백두혈통'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북한으로선 어떻게든 김한솔의 신병을 확보해 시신이 김정남이라는 점이 '팩트'로 확인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김한솔이 유튜브에 등장한 것은 일단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안전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섣불리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솔이 영상에서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피살됐다"고 말한 점에 비춰 촬영은 지난달 중하순께 이뤄졌고 안전이 확보되자 이번에 게시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8일 연합뉴스가 확인한 이 영상은 '천리마 민방위'가 7일에 게시한 것으로 나오지만, 영상을 올린 장소에 따라 시차가 있을 수 있다.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피살됐다"는 발언은 짧은 문장 속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이 김정남 피살사건을 '공화국 공민의 쇼크사'라며 발뺌하는 상황에서, 김정남의 아들이 직접 피살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살해됐음을 '증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신변 안전때문에 직접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하고 인수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하지는 못하지만, 신세대 답게 인터넷을 이용해 간접적으로나마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고 억울함을 풀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김한솔이 '김정남 피살'이라는 본질보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외교전으로 치닫는 모습에 실망해 직접 나섰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상에서 김한솔이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상중'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김한솔이 유튜브를 통해 '망명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한솔이 각국 정보기관의 눈을 피해 철저히 몸을 숨겼다는 가정하에 그와 접촉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를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천리마 민방위'가 "긴급한 시기에 한 가족의 인도적 대피를 후원한 네덜란드 정부, 중국 정부, 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밝힌 점에 비춰 가능성은 떨어진다.

한편에선 김한솔이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천리마 민방위'라는 단체의 홍보를 위해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탈북자를 돕는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단체는 김한솔 영상으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한편 김한솔 영상에는 북한을 직접 자극하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 '천리마 민방위'의 성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자신과 가족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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