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계좌번호 몰라도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30초면 끝'
은행권, 모바일서비스 개선해 카카오 등 핀테크업체에 '맞불'
송금 간단하고 빨라진 반면 수수료는 낮아져 사용자들 '반색'

 #자녀 유학 때문에 아내와 아들을 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 김구철씨(53·가명)는 회사 앞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중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생활비를 보낼 때가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씨는 휴대폰을 꺼내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로그인한 뒤 '아내' 단축키를 누르고 송금액과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예전 같으면 퇴근한 후 집 컴퓨터를 켜고 복잡한 송금 절차를 거쳐야 했겠지만 모바일 앱을 이용하니 송금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30초에 불과했다.

 지난해부터 한국 금융당국이 외화 송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카카오를 비롯한 한국의 핀테크 기업들과 인터넷전문은행이 해외송금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해외송금을 독식했던 한국의 시중은행들도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앞다퉈 진화된 해외송금 서비스들을 내놓으면서 '해외송금 전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상황이다. 사용자들은 해외 송금이 더 쉽고 빨라진 반면 송금 수수료는 더 저렴해져 반색이다.

 최근 한국의 주요 시중은행은 모바일 앱을 활용해 간편성·신속성을 강화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도입한 모바일 해외송금 서비스가 가장 눈에 띈다. 

 모바일 외환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들이 계좌번호를 몰라도 송금이 가능하거나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송금할 수 있는 간편 송금 절차다. 김씨의 사례처럼 돈을 받을 가족이나 지인을 단축키 형태로 저장해 놓고 송금이 필요할 때 송금액과 비밀번호만 새로 입력하면 쉽고 빠르게 해외송금을 할 수 있다. 돈을 받는 사람의 휴대폰 번호만 알면 계좌번호를 몰라도 간편하게 돈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미국 송금 전문업체 머니그램(MoneyGram)과 손잡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약 200개국으로 24시간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지난달 선보였다. 송금 후 10분 이내에 전 세계적으로 35만여 개에 달하는 머니그램 영업소에서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핀테크업체 스트리미와 제휴해 비트코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 송금 전용계좌에 원화를 입금하면 매월 자동으로 해외에 송금해주는 서비스도 대부분의 은행들이 속속 출시했다. 

 해외송금업에 뛰어든 핀테크업체들도 은행권에 맞서 이미 저렴하고 신속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선보이고 나섰다. 곧 출범을 앞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한 송금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한국내에 간편송금 바람을 불러일으킨 '토스'도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7월 이후 해외송금 서비스를 개발해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