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행보 주목…김정남 신원확인 협조 가능성
신중한 처신 할듯…정치적 발언 등 '행동' 나설진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당국의 방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버지 시신의 신원 확인 작업에 협조할지, 나아가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의심되는 북한 정권을 상대로 목소리를 낼지 등이 주목받고 있다.

아버지가 피살된 후 한 달 가까이 행적을 감췄던 김한솔이 유튜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어느 정도 안전한 곳으로 몸을 숨겼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안전이 확보됐다면 일단 '당면한 문제'인 김정남의 암살 사건을 매듭짓기 위해 김한솔과 가족들이 DNA 검사, 시신 인도 요청 등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여권상 '김철'로 표기된 김정남 시신의 신원 확인과 인계를 위해 사망자 가족이나 친척의 DNA 샘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북한 당국은 김정남 사망의 진실을 덮기 위해 시신 인수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9일 "유튜브에 영상을 공개한 것은 아버지의 암살 사건을 종결하기 위해 해야 할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한솔은 영상에서 "내 이름은 김한솔로, 북한 김씨 가문의 일원"이라고 신분을 명확히 밝히며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살해됐다"고 말해 아버지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으면서도 사망자가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과거 서구 교육을 받고, 북한 체제에 대해 은연중에 비판적 시각도 노출했던 그가 상황이 안정된 후 '모종의 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그가 보스니아 국제학교 재학 중이던 2012년 핀란드 TV와의 인터뷰에서 삼촌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독재자'(dictator)라는 표현을 썼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이번 유튜브 영상에서 아버지 김정남의 피살 사실을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언급하고, "상황이 빨리 나아지기를 바란다"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백주에 피살된 뒤 자신과 가족의 안전도 완전히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큰 동요나 위축 없이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공개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가 북한 정권을 향한 나름의 '결의'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신변 위협이 여전하고, 아직은 젊은 나이에 고립된 개인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개 활동이나 정치적인 발언은 당분간 자제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단은 신중한 행보를 보이며 앞날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김한솔은 최근 몇몇 친구들에게 연락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호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신변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당분간은 학업 등을 하면서 가족들과 조용히 은둔생활을 할 것으로 본다"며 "정치학을 공부한 그가 나중에 정치적 활동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당장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