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故) 신해철 씨의 위장 수술을 집도한 의사 강모(47) 씨가 항소심에서 “고인에게 주의할 사항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검찰은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강 씨의 변호인은 16일 서울고법 형사5부(윤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 “1심이 선고한 집행유예 양형이 너무 무겁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1심은 “강 씨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해 강 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변호인은 “신 씨는 스스로 퇴원한 것으로 강 씨는 주의할 사항을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며 “이후 병원에 찾아온 신 씨에게 입원과 검사 지시를 했지만 이를 따르지 않은 것이 사망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법정에 나온 강 씨 역시 신 씨가 사망에 이른 경위를 재판부가 묻자 자신의 의료 행위에 과실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강 씨는 “신 씨가 병원에 찾아온 오후 4시께 바로 입원을 시켰다”며 “그런데 다른 수술을 하고 있던 오후 6시 30분께 저의 지시 없이 신 씨가 집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신 씨가 귀가하지 않았다면 다음날 혈액검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염증 수치를 확인했을 것이고 수치가 높았다면 개복해서 조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의 판결은 너무 가볍다”며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업무상 비밀 누설과 의료법 위반 혐의도 인정돼야 한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1심은 강 씨가 신 씨 사건과 관련해 의료기록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업무상 비밀 누설 및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사망한 환자의 의료기록 유출은 법리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선고했었다. 

강 씨는 지난 2014년 10월 17일 신 씨에게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유착박리술과 위 축소 수술을 집도했다가 심낭 천공을 유발해 그를 열흘 후 사망하게 만든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기소됐다. 신 씨는 수술 후 복막염·패혈증 등 이상 징후를 보이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다가 같은 달 27일 숨졌다. 다음 재판은 4월 2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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