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집 '사느냐 마느냐'

 가격 상승·매물 부족 등 구매 경쟁 날로 치열, '지금 안샀다 후회' 일쑤
 비쌀 때는 "떨어질 것", 쌀 때는 "더 떨어질 것"이라며 나중으로 미뤄 
 전문가들 "너무 투자 개념에서 접근하기 보단 '내가 살 곳'에 포커스" 

 "저한테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이 질문하는 유형을 보면 누가 부자가 될 수 있겠다, 없겠다를 금방 알아요.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어떤 걸 사야 할 지 물어봐요. 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언제 사야 되는지 물어봐요. 맨날 물어만 봐요."

한국의 한 은행 관계자가 부동산 세미나에 강사로 나와서 한 말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경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LA한인타운에 사는 한인 김모(38) 씨는 9개월 전 신문광고를 통해 LA 인근 지역에 괜찮은 저가 매물을 봤다. 당시 다운페이도 약간 부족할 것 같았고 처음 사는 집이라 조심스럽기도 했다. 더더구나 주변에선 '집 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말에 구입을 포기하고 시세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며칠 전 같은 매물이 무려 5만달러 오른 가격에 다시 나온 것을 보고는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다. '그때 어떻게든 빚을 내서라도 살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젠 그 가격에 그만한 집은 찾을 수가 없다.

 최근 '트럼프 시대'를 맞아 불투명한 부동산 시장 상황 때문에 집을 사야할 지, 아니면 미뤄야할 지 등을 고민하는 한인들이 많다. 한인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다수 한인들이 내 집 마련과 부동산에 관심은 크지만 동시에 생각도 많아 저울질하기가 일쑤"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다보니 '신중해서'좋을 수도 있지만, '망설이다'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주택 가격이 계속 오름세이고 반면에 매물 부족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전에 그집을 살 걸'하고 후회하는 케이스가 부지기수다. 특히 '셀러스 마켓'색깔이 더욱 짙어지는 남가주에선 갈수록 구매 경쟁은 치열해지고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형국이라 이같은 후회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 예로 얼마 전 LA 인근에 48만9000달러 가격의 1500스퀘어피트(방 3·화장실 2) 타운하우스 매물 오픈하우스가 있었는데 당일 하루에만 '오퍼'가 무려 7개나 들어왔고, 그나마도 절반이 넘는 4개가 캐시 오퍼로 원가보다 높은 가격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아니면 이만한 가격에 이런 집을 찾을 수 없다'는 구매자들이 몰려 이같은 현상을 빚게된 것이다. 

 그렇다면 주택 구매를 망설이다 포기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뭘까? 

 파이오니아부동산의 스티븐 김 대표는 "한인들은 집을 너무 투자 개념으로 보고 감정적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비쌀때는 너무 비싸다고, 쌀때는 더 떨어진다고 구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을 투자가 아닌'내가 살 곳'으로 보고 쇼핑을 하는 주류 바이어들과 비교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물론 매물 부족으로 워낙 경쟁이 치열한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집이 나왔다고 무조건 비싼 가격에 살 수는 없지않느냐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집을 살때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는 것"이라며 "정말 살 마음이 있다면 계속 시장에 남아 발품을 팔아 최적의 매물을 찾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