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를 설립한 골프 전설들을 기리는 대회가 개최된다. 이같은 의미깊은 대회를 한인 기업인 뱅크 오브 호프가 후원한다.
16일부터 나흘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리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 달러)이다.
올 시즌 LPGA투어로는 미국 본토에서 처음 열리는 이 대회는 LPGA 창립자 13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창설되었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PGA 투어나 LPGA 투어를 후원하지만 미국의 한인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린 선수는 디펜딩 챔피언 김세영(24)이다. 김세영은 작년 대회에서 LPGA 투어 최다 언더파 타이기록인 4라운드 합계 27언더파를 기록하며 정상에 우뚝 섰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무려 10언더파를 적어내기도 했다. 세계랭킹 1위인 리디아 고를 5타 차 2위로 밀어낸 완벽한 우승이었다.
김세영은 올 시즌을 대비해 드라이버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현재 LPGA투어 장타 순위 2위(평균 271.08야드)에 랭크돼 있는 김세영은 작년 109위(66.43%)였던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안착률을 올해는 64위(81.55%)로 부쩍 좋아진 상태다. 장타에 정확성이 더해진 셈이다. 전체적으로 스윙이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다. 드라이버 스윙 때 피니시 동작에서 몸이 스웨이 되지 않은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러면서 아이언의 그린 적중률도 향상됐다. 지난해 70.45%(30위)였던 그린 적중률이 올해는 무려 81.02%(6위)까지 치솟았다.
여자 선수로서는 가공할만한 장타력에다 정교함까지 장착한 김세영이 코스와의 찰떡궁합을 앞세워 타이틀 방어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아직 정상 궤도에 올라오지 않은 퍼트 감각만 돌아온다면 시즌 첫 승과 대회 2연패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만약 김세영이 이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면 LPGA 투어 한국 선수 4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김세영은 "작년 좋았던 추억을 살려 후회없는 경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대항마들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돌아온 여왕' 박인비(29)와 '슈퍼루키' 박성현(24)이다. 박인비는 작년에는 이 대회에서 컷 탈락했다. 당시는 허리 부상에다 손가락 인대 부상까지 겹친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그러나 2주전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전성기 기량을 회복했다. 박인비는 여세를 몰아 2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는 각오다.
박성현도 루키 신분임에도 와일드파이어 골프장이 낯설지 않다. 작년 이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21위를 차지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작년 이 대회를 통해 미국 땅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흘간 두 차례나 66타를 쳐내면서 생면부지 코스와 성공적 대면을 했다.
올 시즌 이미 1승씩 거둔 양희영(28)과 장하나(25)도 출전해 2승에 도전한다. 여기에 세계랭킹 4, 5위에 랭크된 전인지(23), 유소연(27)도 한국 선수 3개 대회 연속 우승의 주인공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