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동상' 설치 한서대 "박 전 대통령 동상 설치 계획은 아직…"
세종시에선 친필 휘호 표지석 철거 여론 

(서산·세종=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충남 서산시 한서대 교정에는 다른 대학에선 찾아볼 수 없는 기념물이 있다.

1945년 광복 이후 재임한 역대 대통령 동상이 그것이다. 각자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받침대까지 합하면 성인 남성 키를 몇 곱절 넘을 정도로 크다.

가장자리에는 '한서인(한서대 학생) 중 미래의 대통령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받침만 만들고 동상이 있어야 할 곳은 비워뒀다.

2011년 부터 동상을 제작해 설치한 한서대는 "학생들이 대통령 동상을 가까이 하면서 야망을 키우고 노력해 대통령과 세계적인 인물이 나오기를 희망하는 뜻에서 이 사업을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학은 비슷한 시기에 역대 대통령 기록물과 영상자료를 전시한 '대통령 자료실'을 개관하기도 했다.

정치적인 의미가 없는 교육 목적이 분명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2013년에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동상만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전 대통령 퇴임 후에 설치한 동상인 데도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일부 네티즌은 "정말 이게 사실이냐", "살아 있는 사람의 동상을 세우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 선고된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이 설치되면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 17일 캠퍼스에서 만난 한 새내기 여학생은 "캠퍼스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이 등장하면 악의적으로 그의 동상만 사진을 찍어 올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학생은 아예 제작 자체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아무리 교육 차원이라 하더라도 탄핵당한 대통령 동상을 세우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제작 시기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당장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제작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동상은 이 학교 조소 전공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왔다.

한서대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동상의 경우 퇴임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제작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동상 제작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표지석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조짐이다.

표지석에는 세종시 신청사 개청을 기념해 2015년 7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써서 내려보낸 친필 휘호가 새겨져 있는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표지석 철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이 표지석 주변에서는 '철거 퍼포먼스'가 수시로 펼쳐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는 시민 의견을 물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표지석 철거 문제는 찬반양론이 있어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며 "시청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시민 설문조사로 철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