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타도돼도 김씨지배 종식일뿐 김한솔 집권 아냐"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유력 신문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조카인 김한솔을 조명하며 차기 지도자로서의 가능성을 진단했다.

결론은 김정은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미래의 북한 지도자 김한솔?"이라는 제목의 영상 기사를 통해 그의 면면을 소개했다.

신문은 "김한솔은 대학교육을 받고 널리 여행을 다녔으며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20대 젊은이"라며 "서방이 북한을 보는 시각을 고려할 때 북한의 정반대에 있는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김한솔을 지켜본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외부 세계에 개방적인 '범세계주의자'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NYT는 김한솔이 김일성 주석의 증손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자, 지난달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의 아들이라는 족보를 따로 소개했다.

혈통 때문에 나중에 김한솔이 북한을 더 온건적이고 외부 세계와 짙게 교류하는 국가로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저절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김한솔이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북한 전문가인 브루스 커밍스는 "한솔은 족보를 보면 북한에서 높은 왕족이지만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말랐을 정도로 너무 어리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이 김한솔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점도 차기 지도자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근거로 제시됐다.

스티븐 노퍼 미국 콜럼비아대 교수는 북한이 워낙 정보를 엄격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김정남이나 그의 가족에 대한 언급이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NYT는 무엇보다도 김정은이 자신에게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김한솔을 후계자로 선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도했다.

김한솔은 2012년 핀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번도 할아버지와 삼촌을 만나 본 적이 없다"며 "그래서 삼촌이 어떻게 독재자가 됐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NYT는 김정은을 독재자로 불렀다는 것은 북한 기준으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야망이 아예 없이 조용하게 살아온 부친 김정남처럼 김한솔도 족보 때문에 살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 김씨 일가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김한솔은 변절자"라고 지적했다.

NYT는 "김정은이 숙청과 표적살해로 권력을 굳힐 수 있었다"며 "김정은이 어떻게 실각하더라도 이는 김씨 집단의 지배가 끝나는 것일 뿐 김한솔이 새로 떠오르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결론을 전했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