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남상욱/취재부

 한국 대선과 관련해 본보 여론 조사 결과<본지 3월22일자 보도>에 대한 한인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뜨거웠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1위로 나온 것과 관련'좌파·빨갱이 신문'이라며 원색적인 말을 섞는 불만에서부터 예상 외 결과로 의외라는 반응,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이 경쟁 상대에 뒤진 것을 따져 묻는 질문, 여론 조사 객관성을 문제 삼는 의견까지 참으로 다양했다. 

 사실 여론 조사의 부작용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 선거의 예측 실패 사례가 그 부작용들이다. 작년 4월 한국 총선 당시 여론 조사 결과와는 달리 여당의 참패였다. 그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의 여론 조사와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여론 조사 결과는 늘 가변성이라는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본지 여론 조사 결과도 가변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특히 조사 시점과 대선 판도 변화에 따라 여론 조사 결과는 달라진다. 일찌감치 설문지를 돌린 탓에 황교안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출마 등은 이번 여론 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앞으로 각 당 대선 후보들이 결정되고 난 후 실시될 여론 조사의 결과는 어쩌면 지금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 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여론 조사 전문가들은 '예측이 맞느냐, 안 맞느냐'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여론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민심의 흐름과 추세를 읽는 보조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여론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이재명 시장에게 쏟아진 23%의 한인 민심이다. 

 진보층의 이 시장 지지는 40%로 압도적이다. 중도층의 경우 이 시장(25.3%)과 안희정 충남지사(22.8%)의 지지율이 높게 조사됐다. 본국 여론 조사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독주하는 상황에서 이 시장을 선택한 한인들의 민심은 뭘까. 또 이 시장을 통해 한인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뭘까.

 한인들은 이번 대선을 통해 근본적인 변혁을 갈망하고 있다. 한국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다. 이런 변화는 이번 여론 참여 한인들의 정치적 성향에서도 볼 수 있다. 자신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한인이 28.4%, 보수는 27.3%, 중도는 43.2%로 나타났다. 중도층이 두터운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라는 현 한국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층이 폭넓다는 뜻이다.

 거침없는 돌직구식 '사이다'발언을 쏟아내는 이 시장을 지지하는 한인들은 기존 한국 정치권에 변혁을 바라는 것이다. 그 바람이 이번 여론 조사에 투영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인들의 차기 대통령의 덕목으로 '정직'과 '소통'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 미주 한인들이 눈을 부릅뜨고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