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건대 국가별 사별후 우울 정도 조사, 미국의 2.6배·영국의 2.9배 "女보다 男 더 오래 지속"

[뉴스포커스] 

여성 1년후 최고 수준 지나면서 점점 안정세로
남성 2년후 최고치, 6~10년 지나도 회복 안돼


 평생의 동반자였던 아내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데 따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슬픔을 못 이긴 나머지 홀로 된 배우자 중 상당수가 남은 삶을 우울감에 시달리며 보내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배우자를 잃고 난 후의 우울감을 한국인이 유독 심하게 겪고, 그 기간도 오래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인과 비교할 때 우울감 상승폭은 최대 2.6배 차이를 보였다.

 27일 미국노인학회가 발행하는 노인학저널 3월호에 따르면 미시건대 인구연구센터 아푸르바 자다브 교수팀은 2002∼2013년 사이 한국과 미국, 영국, 유럽, 중국의 55세 이상 고령자 2만6835명을 대상으로 배우자 사별 후의 우울 정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배우자를 사별한 사람을 골라 부부생활을 함께할 때와 사별 후의 우울 점수를 비교한 결과 미국은 배우자 사별 전 우울 점수가 평균 1.25점이었지만 사별 후에는 1.86점으로 0.61점 상승했다. 또 영국 0.54점(1.57→2.11), 유럽 0.85점(2.75→3.60), 한국 1.58점(3.49→5.07)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다만 중국은 배우자 사별 전 4.24점이었던 우울 점수가 오히려 사별 후 3.75점으로 0.49점이 낮아져 대조를 보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인은 배우자 사별 전 평상시에도 우울감이 높았지만, 사별 후에는 우울감 상승폭이 비교 대상 국가보다 월등히 심해졌다는 점이다. 나라별로는 한국의 상승폭이 미국의 2.6배, 영국의 2.9배, 유럽의 1.9배에 달했다.

 배우자 사별에 따른 우울감은 모든 나라에서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오래 지속했다. 배우자를 잃은 첫해에는 남녀 모두 우울감이 가장 높았지만, 여성은 최장 10년의 관찰 기간에 서서히 결혼한 상태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반면 남성은 유럽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사별 후 6∼10년이 지나도 높은 수준의 우울감이 유지됐다.

 특히 한국인만 보면 여성은 사별한 지 1년이 지나기 전에 신체적, 정서적 우울이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가 점차 안정세를 되찾아갔지만, 남성은 2년 후에 우울감이 최고치를 보인 이후에도 이런 감정이 가라앉지 않는 특징을 보였다.

 우울감을 성별로 보면 여성은 신체적인 우울이, 남성은 기분장애 우울이 더 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