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정서적으로 성숙한 엄마의 아이가 더 잘 자란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산모가 35세 이상 고령 출산이어서 아이의 인지능력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에서 1958년, 1970년, 그리고 2000-2002년 태어난 각 1만 명 정도의 아이들이 10~11세 됐을 때 인지능력과 산모의 나이 간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1958년과 1970년 집단에 대한 조사에선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경우 다 35~39세 산모의 아이들과 25~29세 산모의 아이들의 10년 뒤 인지능력을 비교하면 고령 산모 아이들의 인지능력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뜻이다.

그러나 2000~2002년 집단에 대한 최근 조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고령 산모의 아이들이 25~29세 산모의 아이들에 비해 10년 뒤 인지능력 시험에서 뚜렷하게(significantly) 높은 것으로 나온 것이다.

페리 클라스 뉴욕대 소아학 교수는 4일 자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국제역학지(IJE) 2월호에 실린 이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고령 산모의 사회·경제적 특질과 환경이 수십 년 전 과거와 지금 사이에 "급격히" 달라진 것이 이러한 반전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1958년생과 1970년생에 대한 과거의 연구에선, 30대 후반에 출산하는 고령 산모들이 이미 출산 경험이 많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계층이었던 데 반해 2000~2002년생에 대한 연구에선 고령 산모가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경제적으로 나은 형편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고령 산모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유리한 여건 속에서 임신기에 젊은 임산부들에 비해 자신의 건강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담배 같은 유해물질을 덜 취하며, 모유 수유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고, 이것이 아이의 인지능력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클라스 교수가 소개한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7세와 11세 아이를 둔 덴마크 가정 4천741 곳을 대상으로 어머니의 나이에 따른 양육 및 훈육 태도를 비교한 결과 나이 많은 엄마가 젊은 엄마들에 비해 야단치거나 체벌할 때 덜 모질고, 나이 많은 엄마의 아이들에게서 행동발달이나 사회·정서적 문제가 젊은 엄마의 아이들에 비해 더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의 책임 연구자인 덴마크의 심리학 조교수는 "나이 많은 엄마가 심리적으로, 인지적으로 더 유연성이 있고 아이들이 가하는 복잡한 정서적 자극을 참는 능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엄마의 양육 태도상의 이런 차이가 교육 수준이나 사회경제적 지위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관련 변수들을 통제해도, 고령 출산 자체가 나중에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긍정적인 결과와 상관성이 계속 높은 것으로 나왔다. 정서적 안녕감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이 자체가 유리한 점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연구자는 설명했다.

클라스 교수는 이들 연구 결과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사회경제적) 지원과 건강한 습관을 많이 가진 여성일수록 그 아이의 인지능력이 나아지는 만큼, 산모의 나이가 어떻든 엄마들을 잘 지지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 중반부터 35세 넘어서까지 모두 세 아이를 낳았다는 클라스 교수는 "(엄마들이)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성숙해지면서 배우게 되는 것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어려운 일을 해내는 데 도움이 된다"며 "결국, 자아의 성숙을 통해 아이의 성장을 돕는다는 게 이들 연구 결과가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발표된 미국 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15~19세 10대 출산율이 여성 1천 명 당 22.3으로 떨어져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30~44세 여성들에게선 1960년대 베이비붐 이래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산모의 노령화 추세와 관련, 연구자들은 산모의 사회경제적 특징에 대해서 뿐 아니라 특히 아이의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고 클라스 교수는 말했다.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