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한인 직장 내 내기 문화 직장인들 씁쓸, "억지로 하자니 싫고, 안하자니 왕따"

[생·각·뉴·스]

 '재미로 하자는건데 뭘?'…반강요에 항변도 못해
 '직원간 소통 원할' 순기능 불구 일부는 스트레스

  # "박근혜 대통령 헌재 탄핵 심판 몇 대 몇 나올지 내기 할까요?" "한국 대 중국 월드컵 최종예선 스코어 맞히기 합시다." 소위 건수가 생기면 내기를 제안하는 직장상사 때문에 한인 직장인 안모(남·35)씨는 고민이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응했지만 갈수록 지친다고 안씨는 말한다. "안하자니 나만 빠지는 것 같아 마지 못해…" 안씨는 말끝을 흐렸다.

 # 회식 2차는 노래방. 부서 막내인 김모(남·30)씨는 부서 회식이 잡히면 미리 10달러와 20달러 현금을 준비해 둔다. 노래방에 가면 돈 내기 게임을 하는 상사 때문이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돈을 걸고 점수가 높은 직원이 가져가는 게임이다. 그다지 노래를 잘 하지 못하는 김씨에게는 늘 괴롭다. 돈 잃고 시간 버린다는 생각에 김씨는 피하고 싶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친목 도모를 위해 직장 내에서 행해지는 내기 문화. '오늘 점심은 뭐 먹지?'와 같이 내기는 많은 한인 직장인들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한인 직장 분위기 상 내기에 빠지는 것이 쉽지 않고, 또 매번 참여하다 보면 금전적 손실도 무시 못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정치적 입장이나 신념이 드러나는 경우에는 심적이 부담이 상당하다. 최근 타운내 금융관련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모(40)씨는 상관의 주도로 이뤄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나 구속 여부 내기'때문에 마음이 걸렸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평가받는 느낌을 가졌기 때문이다. 혹시나'왕따'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억지반 내기에 참여했다는 이씨는 "대통령 탄핵이 무슨 스포츠 경기도 아닌데…"라며 씁쓸해 했다.

 이처럼 일부는 내기 제안을 '재미를 위한', '친목 도모를 위한' 선의의 행동이라고 항변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직원들의 생각은 이와는 다르다.

 직장인들이 사내 내기를 싫어하는 이유는 돈 문제도 있지만 굳이 내 기분 상해가며 내기를 왜 하냐는 의견이다.

 물론 직장 내 소소한 내기 문화가 모두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기가 직원 간 대화를 원할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선기능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과하면 문제가 되듯이 내기가 진짜 돈 내기가 되면 그때부터 고통이 된다.

 "부장님, 내기에 불참해도 눈치주지 마세요." 일반 직장인들의 소리없는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