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마구 흔든 친부에 '학대치사 혐의' 징역 10년 구형
친부 "비행기 놀이하다가 실수로 떨어뜨려" '무죄' 주장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흔들린 아이 증후군(Shaken Baby Syndrome)'.

이름도 생소한 이 질환이 최근 발생한 한 아동학대치사 사건의 열쇠로 부각됐다.

19일 수원지검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동거녀의 아파트에서 동거녀와 사이에 낳은 아들 B군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비행기 놀이'를 격하게 하다가 아기를 머리 뒤로 넘긴 상태에서 떨어뜨려 19일간 치료를 받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8개월 된 B군이 누워있는 유모차를 앞뒤로 수차례 강하게 흔들기도 했다.

B군을 진료한 의료진은 골절이 없음에도 심각한 뇌 손상이 발생한 점, 반복적인 외상 등에 의해 주로 나타나는 망막출혈이 동반된 점 등에 미뤄 '흔들린 아이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은 2살 이하의 유아가 울거나 보챌 때 심하게 흔들어서 생기는 질환으로 뇌출혈과 망막출혈 등의 특징이 있고 장골이나 늑골의 골절 등 복합적인 손상이 뒤따르기도 한다.

당시 의료진은 B군이 탄 유모차를 A씨가 심하게 흔들었다는 사실과 그가 처음 경찰에서 "50㎝ 높이의 소파에 눕혔는데 떨어졌다"고 한 진술을접한 상태에서 이 같은 소견을 냈다. A씨는 이후 조사에서 "비행기 놀이를 하다가 손에서 아기를 놓쳤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검찰은 평소 심하게 울며 보채는 B군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던 A씨가 다른 일로 화가 난 상태에서 B군이 또다시 울며 보채자 아기를 마구 흔들며 학대해 '흔들린 아이 증후군' 등으로 인한 뇌부종, 경막하 출혈에 이은 뇌간마비로 숨지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A씨 측은 유모차를 마구 흔들어 학대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B군의 사망과는 연관이 없으며, 연관이 있다 해도 이러한 행위가 사망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또 비행기 놀이 도중 B군을 떨어뜨린 것은 실수여서 과실치사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에게 과실치사죄는 예비적으로 적용하지 않아 사실상 무죄를 주장한 셈이다.

지난 1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양측의 공방은 계속됐다.

검찰은 신경외과 전문의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매우 거센 유모차 흔들기와 비행기 놀이가 '흔들린 아이 증후군'의 대표 증상 중 하나인 망막출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의료진이 최초 흔들린 아이 증후군을 의심한 때는 A씨가 비행기 놀이 중 B군을 떨어뜨린 사실을 알지 못했을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A씨가 실수로 B군을 떨어뜨렸을 때 충격으로 뇌 손상과 망막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맞섰다.

A씨도 최후변론을 통해 "다른 일 때문에 화가 나 유모차를 세게 흔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지만 그 행동으로 아들이 이상증세를 보였다면 바로 신고했을 것"이라며 "이후 아들이 자다가 일어나서 울길래 평소 좋아하던 비행기 놀이를 하게 된 것이지 학대는 결코 아니다"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B군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A씨가 B군에게 한 행위와 B군의 죽음 사이에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되며, A씨가 진술을 번복하고 법정에서도혐의를 일부 부인해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하고 아동학대치료 프로그램 160시간 이수를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11일 열릴 예정이다.

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