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수상자 존 리들리가 메가폰 잡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1992년 4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서 발생한 '4·29 LA 흑인 폭동'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돼 곧 상영된다.

20일(현지시간)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벤허 2016' 리메이크작 각본과 총괄프로듀서를 맡았던 존 리들리(50) 감독은 2시간24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화 '렛 잇 폴(Let It Fall): 로스앤젤레스 1982-1992'를 연출했다.

'12년 노예' 등으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은 흑인 영화감독 리들리는 10년 전부터 감독 겸 작가 스파이크 리 등과 협업해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당시 흑인 청년 로드니 글렌 킹을 집단 폭행한 백인 경관 4명에게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이 내려지면서 성난 흑인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백인과 타인종을 무차별 구타하고 시내 상점을 약탈·방화한 사건의 기억을 담았다.

LA 흑인 폭동으로 사망자 53명, 부상자 4천여 명의 인명 피해와 7억 달러가 넘는 물적 피해를 남겼다.

특히 한인타운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봤다. 약탈·방화 등으로 부서진 한인 업소가 2천300여 곳, 피해액이 3억∼4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돼 있다.

한흑(韓黑) 갈등으로 표면화한 이 사건은 당시 재미 한인사회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리들리 감독은 "내게는 누군가를 고발하거나 용서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스토리를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로드니 킹 폭동은 로드니 킹에서 시작된 것도 아니고, 레지널드 데니에게서 끝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레지널드 데니는 흑인 폭동 당시 흑인 청년 3명에게 구타당한 백인 운전자다.

리들리의 다큐 영화는 케이블 방송과 영화관 등에서 상영될 예정이며, 오는 28일 저녁 미 ABC방송에서 축약본이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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