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격 낮춰…미묘한 태도 변화
"한반도 정세 또 한차례 고비 넘겨"…'국면전환 포석'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북한이 미국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수역 진입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공개에 대응해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

북한은 1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새로 고안해낸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조선 정책에 매달리면서 우리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압박 소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조건에서 우리의 핵 억제력 강화 조치도 최대의 속도로 다그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핵 무력 고도화 조치는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담화는 또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수역 진입을 거론하며 "(미국은) 그 무슨 군사적 선택에 대해 떠들면서 실제로 우리를 치려 하였다"고 비난했다.

특히 "조미(북미) 사이의 대결이 반세기가 넘도록 지속돼 왔지만 미국의 대조선 침략 광기가 이처럼 극도에 이르고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이번처럼 핵전쟁 발발의 접경에 치달아 올랐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그 어떤 선택에도 기꺼이 대응해줄 모든 준비가 다 되어있으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공갈이 철회되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핵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번 반응은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1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고지도부에서 결심하는 때, 또 결심하는 장소에서 핵실험이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칼빈슨호의 한반도 수역 진입 등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강화된 상황에서도 군 총참모부 명의의 성명이 아니라 외무성의 명의로, 그것도 격이 낮은 '대변인 담화'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미묘한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우리의 강력한 전쟁 억제력에 의하여 조선반도 정세가 또 한차례의 고비를 넘겼다"고 밝힌 것이 국면전환을 노린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담화는 "만일 우리가 최강의 핵 무력을 보유하지 않았더라면 미국은 이번에 다른 나라들에서 저지른 침략행위를 조선에서도 거리낌 없이 감행하였을 것"이라며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습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yoon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