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만날 용의 천명한 트럼프 파격 화법 배경 주목
전문가 "김정은도 도발 계속할지, 멈출지 고민할 것"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크게 압박해서 한꺼번에 타결하는 트럼프식 북핵 일괄타결 구상을 내비친 것일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영광스럽게' 만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 발언의 함의가 주목된다.

트럼프 발언은 한마디로 파격 그 자체였다.

화학무기를 사용한 지난 2월 김정남 암살사건 발생 후 김정은 정권의 잔학상이 국제적 공분을 샀고, 그 후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김정은을 인정하고, 만나겠다고 한 것은 트럼프 언어의 파격성을 참작하더라도 충격파가 작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김정은과의 '햄버거 담판'을 거론했지만 취임 후, 그것도 북미간에 '강대강'의 신경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김정은과의 만남을 밝힌 것은 의미가 또 달랐다.

물론 미국 정부의 현재 대북 기조는 제재·압박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상호 신뢰가 거의 없는 북미가 정상회담까지 가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이름인 '최대한도의 압박과 관여'에서 현재 실행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정책은 '최대한도의 압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북한산 석탄 수입 제한 등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하는 한편 추가 핵실험시 대북 원유공급 중단과 같은 초강경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말 유엔 안보리 회의때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정지하거나 격하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일 북미 대화의 조건에 언급,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즉각 중단되는 것을 봐야 한다"면서 "(북미대화에는) 많은 조건이 있다. 북한의 행동과 관련해 뭔가 (변화가) 일어나야 하고, 또 그들이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회담을 할 수 있으며, 회담은 북한이 요구하는 핵군축 회담이 아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위한 회담이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인 것이다.

이처럼 대화의 재개 조건은 물론 목표 자체에도 북미간에 큰 차이가 있고, 대화로 가기까지의 허들도 높지만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대북정책 타이틀인 '최대한도의 압박과 관여' 중 관여 면에서도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

시작하기가 어렵지만 일단 대화 국면으로 들어가면 북미간에 크게 주고 크게 받는 '트럼프식' 일괄타결 해법이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일 기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화는 북한의 핵포기, 다시 말해 전략적 셈법 변화를 전제로 하는 그런 대화"라며 "(최근) 미국에서 ('해결하다'라는 뜻의) '솔브'(solve)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과거에 비해 시간을 많이 허비하지 않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단 4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을 유보한 김정은이 트럼프가 내민 카드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심을 보은다.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동시에, 북한이 다른 길을 택할 경우 큰 보상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데 대해 김정은도 복잡한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김정은이 '비핵화 대화'라는 대화의 전제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현재로선 작아 보인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도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자국의 국제적 고립 탈출 기회이자 최근 냉담한 중국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지렛대가 될 수 있는 측면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 더불어 트럼프와의 '빅딜' 기회를 고강도 도발로 날려버릴 경우 군사옵션까지 포함한 초고강도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 추가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보류하며 미국과의 탐색적 대화를 모색하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일각에서는 예상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일 "김정은도 (추가 도발을 통해) 한 발 더 나아갈지, 여기서 일단 멈출지 고민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