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짓값 폭락에 축산농가 '위기'…"근로자 10만명 삼성전자 공장, 돼지소비 늘려달라"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응우옌 쑤언 끄엉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 장관이 지난주 베트남 북부 박닌 성에 있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을 황급히 찾아 돼지고기 구매를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3일 "끄엉 장관이 돼짓값이 너무 떨어져 걱정"이라며 "돼지고기 소비를 확대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돼짓값 폭락 사태로 축산농가들이 도산 위기에 몰리자 끄엉 장관이 베트남 최대 수출기업인 삼성전자까지 찾아 'SOS'를 친 것이다.

삼성전자는 박닌 성과 인근 타이응우옌 성에 휴대전화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 공장의 근로자는 10만여 명으로, 구내식당에서 소비하는 돼지만 하루 100마리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정부 요청에 따라 식단에 돼지고기 메뉴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 축산시장에 돼지 공급 과잉으로 비상이 걸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돼짓값이 최근 몇 달 사이에 ㎏당 약 4만 동(2천 원)에서 2만∼3만 동(1천∼1천500원)으로 추락했다. 이는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축산농가들이 돼지 사육을 늘린 가운데 작년 11월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품질을 문제삼아 베트남 돼지의 수입을 중단한 것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이들 농가가 돼지를 키워 팔아봤자 마리당 100만 동(5만 원) 이상의 손해를 보는 일이 일어나자 베트남 정부는 식품 가공업체들의 돼지 구매와 재고 확대,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소비촉진 등 돼지 수급 안정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돼짓값이 폭락했다는데 소비자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중간 유통업체들이 이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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