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정채봉 시인의 '엄마'는 시인이 두 살 때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당시 '엄마'는 꽃다운 스무 살. 시인은 그렇게 가슴에 사무치는 그 '엄마'를 보러 16년 전 휴가를 마치고 하늘나라로 따라 갔습니다. '엄마'의 얼굴을 모르는 시인은 이렇게 소리내어 불러 보았을 것입니다. '엄마! 채봉이 왔어요. 엄마!'라고. 스무 살 모습의 '엄마'는 처음 품에 안았을 때처럼 두 살 갓난 아기를 안듯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중년 모습의 시인을 품어 주었을 것입니다. '엄마'없이 살았던 설움이 세상사 중 가장 억울한 사연으로 일러 바치며 시인은 엉엉 울었겠지요. 

 우리에게 '엄마'라는 말보다 더 사무치는 말이 또 있을까요.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엄마'라는 단어만큼 위안이 되는 단어가 세상 어디에 또 존재할까요. 이미 '엄마'가 하늘나라에 가 계시다면 5분만이라도 잠깐 휴가를 내 세상에 오기를 빌며 소리내 불러 봅시다. "엄마!보고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이제 곧 마더스데이. 운좋게 '엄마'가 같은 하늘에 계시다면 살포시 안으며 고백해 봅시다. "엄마.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