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Q스쿨 통과 골프 천재, 나이 제한 규정에 긴 슬럼프 
   2부 투어 전전하며 먹은'눈물젖은 빵' PGA 재입성의 거름
  '불운의 아이콘'서 '불굴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인간 승리

 아직도 앳되 보이는 스물한 살 한국 청년이 조금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 페이스'로 강풍이 불어닥친 코스를 정복해 나가자 골프 전문가들은 놀랐다. 세계 랭킹 1~3위인 더스틴 존슨(미국)과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제이슨 데이(호주) 등 상위 랭커 50위 이내 선수들을 제치고 올해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던 나이 어린 챔피언이 등장한 것이다. 바로 '제 5의 메이저'로 불리는 PGA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의 영예를 안은 김시우. 

 골프채널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만큼의 놀라운 승리였다"고 극찬했다.

 비온 뒤 굳은 땅이 더 단단하다고 했던가. 김시우는 '불운의 아이콘'에서 '불굴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이번 우승은 미국 무대 진출 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오늘이 있기까지 꽤 먼 길을 돌아왔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지난 2012년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합격했다. 사상 최연소 합격(17세 5개월 6일)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골프천재'다. 강원도 속초 교동초등학교 5학년 당시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곧바로 국가대표로 올라서는 등 장래가 촉망됐다. 180㎝에 85㎏의 다부진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300야드 넘는 장거리포가 주무기여서 미국무대에서도 어렵지 않게 연착륙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PGA투어 나이 제한 규정(만 18세 이상부터 출전권 부여)에 걸려 경기는 몇차례 나서보지도 못하고 출전권을 잃었다. 2부투어를 전전하며 눈물젖을 빵을 먹어야 했다. 희망이 그렇게 순식간에 실망으로 돌변하면서 마음고생도 심해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하지만 김시우는 주저앉지 않았다.

 웹닷컴투에서 1회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3차례 들어가며 상금순위 10위를 기록해 지난해 마침내 꿈에 그리던 PGA투어 재입성에 성공했다. 살아남기 위해 3년 동안의 웹닷컴투어 치렀던 실전 경험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PGA투어에 복귀한 김시우는 돌풍을 일으켰다. 자주 '톱10'을 기록하며 "조던 스피스에 이어 주목받는 신예"라는 극찬을 받기도 하더니 결국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미국 무대 진출 4년 만에 감격의 첫 우승을 달성했다. 연말에는 신인왕 후보에 오르는 등 존재감을 확실히 다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허리부상으로 인해 극심한 부진에 시달려 2년차 징크스에 빠지는 것 아닌가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김시우는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세계 남자골프계의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참가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김시우는 "한국 여자 선수들이 너무 잘하다보니까 비교가 됐다. 한국 남자 골프도 좋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배 최경주를 향한 고마움도 전했다. "작년에 최경주 프로와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많이 배운 덕에 좋은 성적의 원동력이 됐다. 또 마지막 라운드 선두권에서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경험담도 들었다. 그걸 활용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시우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