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계 44% '비상금 마련할 여력없이 생활'
이들 약 4명 중 1명은 긴급조달 방법도 "전무"
"늘어나는 학자금 대출 가계에 과도한 부담"

 미 전역 가정의 절반 가량은 비상금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10월부터 연방준비제도(Fed)가 총 6600명의 경제주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44%는 평균 400달러로 설정된 '갑작스런 지출' 즉 자동차 수리비나 병원비 등이 발생했을 때 당장 이에 대처할 현금이 없다고 답했다.

 이 같은 비율은 지난 2015년 결과보다 2%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이들 가운데 45%는 신용카드나 추가대출을 받거나 불가능 할 경우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 갑작스런 지출을 충당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약 27%는 아예 비상금을 조달할 방법 조차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들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학력에 따른 격차였다.

 위와 같이 400달러로 설정된 갑작스런 지출에 대해 대졸자의 경우 '79%'가 비상금(현금) 혹은 다른 대비책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고졸 이하는 '52%' 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연방준비제도 이사 라일 브레이나드는 현재 미국의 가계 형편은 '돈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당장 400달러의 비상금도 없이 사는 44%의 서민들이 은퇴자금을 마련해 놨으리 라고 상상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올 초 뉴욕의 연방준비은행장 윌리엄 더들리는 학자금 대출과 주택담보 대출이 가계에 잠재적이면서도 '장기적 네거티브 요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국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총액은 3월 말 기준 1조4400억달러로 가장 대중적인 대출상품인 오토론(자동차 할부)의 1조1000억달러를 추월한 상태다.

 앞서 제시된 대졸자와 고졸 이하 학력자의 비상금 조달 가능 비율이 큰 격차를 나타냈지만 두 그룹 모두 자녀 학자금 대출이 가계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저소득자들은 추후 자녀들이 자신과 같은 현실에 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자금 대출을 이용해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고 이를 되 갚는 과정에서 노후대비는 고사하고 400달러의 비상금도 마련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돈과 싸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