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는 필요없다. 초반 2연승을 질주한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신태용호’는 이제 16강으로 향한다. ‘죽음의 조’를 1위로 통과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의 변화무쌍하고 주도면밀한 전술과 어린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빚어낸 쾌거다.

U-20 대표팀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남미 대표 아르헨티나를 2-1로 물리쳤다. 스리백 전술로 수비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면서도 빠르고 위협적인 역습으로 상대를 몰아친 한국은 전반 18분 이승우의 선제골과 전반 42분 백승호의 결승골을 지켜내며 2연승을 거뒀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5분 마르셀로 토레스의 만회골 뒤 총력전을 펼쳤으나 한국 선수들의 투혼에 2연패로 고개 숙였다. 한국은 남은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최소 A조 2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B조 베네수엘라와 함께 가장 먼저 16강행을 확정지었다. 

◇점유율도 앞선 스리백, 아르헨티나를 꽁꽁 묶다 

신태용 감독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술 변화를 예고하면서 “우루과이와 치른 평가전을 토대로 아르헨티나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던 신 감독은 이상민(숭실대) 김승우(연세대) 정태욱(아주대)으로 최종수비라인을 구성했다. 좌우 윙백으로 윤종규(서울)와 이유현(전남)이 포진했다. 스리백 수비를 활용해 3-4-3 포메이션을 만들기는 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이승모(포항)대신 중앙수비수 김승우가 투입된 정도의 차이였다. 형태는 수비적이었지만 대놓고 내려 앉아 수비만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위험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볼을 소유하도록 두면서도 상대가 중앙선을 넘기 시작하면 공격수들까지 강하게 압박에 나서면서 상대 공세가 진행되는 것을 막았다. 많이 뛰면서 활발히 커버 플레이를 펼친 선수들은 상대에게 빈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아르헨티나와 맞서 수비안정에 우선순위를 두는 전술을 꺼냈음에도 점유율에서 크게 뒤지지 않았다. 전반 30분 이후 아르헨티나가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해 한국은 48%의 점유율로 전반을 마쳤지만 그 이전까지는 60%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이 내용에서도 앞섰다. 공을 빼앗은 후 쉽게 빼앗기지 않고 소유하면서 역습에 나섰다는 반증이었다.

◇공격 삼각편대 활용한 빠른 역습, 통했다 

“공격적인 스타일은 유지하겠다”고 했던 신 감독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FC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 백승호와 원톱 조영욱(고려대)을 전방에 배치했다. 수비를 하다 공을 빼앗아내면 빠르게 역습으로 연결해 효과를 봤다. 조영욱이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리저리 수비를 끌고 돌아다니면서 공간을 만들면 이승우와 백승호가 그 공간을 찾아 쇄도했다. 첫 골도 이런 역습이 만들어냈다. 전반 18분 왼쪽 윙백 윤종규가 전방으로 차준 공을 조영욱이 받아 이승우에게 연결하면서 상대 수비수의 진로를 막아줬다. 중앙선을 조금 넘은 위치에서 공을 이어받은 이승우는 빠른 스피드로 상대 페널티지역까지 쇄도해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스피드 뿐 아니라 개인기술로 상대 수비수를 떨군 것부터, 힘보다는 정확도를 고려해 날린 슛까지 환상적이었다. 전반 42분 나온 백승호의 페널티킥 골도 이런 역습전술을 통해 만들어냈다. 수비지역에서 공을 잡은 김승우는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뛸 준비를 마친 조영욱을 보고 길게 패스를 건넸다. 스피드로 상대 중앙수비 마르코스 세네시를 떨궈낸 조영욱 앞에는 골키퍼뿐인 상황이었다. 공을 쳐내기 위해 달려나온 프랑코 페트롤리가 조영욱과 부딛히며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얻었다. 백승호의 강한 슛은 골대 왼편 하단에 꽂혔다. 

◇2연승으로 16강행 확정, ‘U-20 월드컵 역사’ 다시 썼다 

기니와 1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한 한국은 이날 아르헨티나마저 꺾으며 2연승을 달렸다. 후반 초반 토레스에게 추격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이어지는 아르헨티나의 파상적인 공세를 버텨냈다. 한국이 역대 U-20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초반 2연승을 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죽음의 조’로 꼽혔던 A조에서 2연승으로 승점 6을 따낸 한국은 조 선두로 올라섰다. 잉글랜드(승점 4)가 이날 기니와 2차전에서 어이없는 백패스 실수로 1-1 무승부에 그쳐 한국이 조 수위를 차지했다. 오는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잉글랜드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한국은 최소 A조 2위를 확보해 16강행을 조기에 확정했다. U-20 대표팀 신태용호는 잉글랜드와 3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를 차지해 유리한 위치에서 16강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최소 8강에 오르겠다”고 목표를 밝혔던 신 감독의 구상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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