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를 비롯해 미 전역에서 활동하는 유명 한인 패션디자이너 '리디아 신'이 이번엔 러시아 무대에 섰다.

 리디아 신 디자이너는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대형예술극장인 페스코(PESCO) 홀에서 열린 미인대회 '미스 프리미어' 선발대회에서 심사위원 10명 중 한 명으로 초청돼 참석했다.

 20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러시아 전역에서 내로라하는 미인들이 참석하는 러시아 최고 권위의 미인대회로 한인이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은 것은 신 디자이너가 처음이다. 게다가 대회 말미엔 이례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리디아 패션쇼' 무대도 선보여 참석자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다시 도전하다

 신 디자이너는 15년 전인 2002년 러시아에서 개최된 패션 박람회에 방문했던 것을 계기로 러시아 패션업계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때 러시아에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느낀 그는 러시아 진출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후 수년간 현지 시장을 조사하고 소비자 특성과 경향을 분석했다. 그리고 드디어 2006년 자신의 브랜드 '리디아'(Lidia)를 러시아 시장에 런칭했다.

 이미 미국에선 인지도를 충분히 쌓아놓은 상태였다.

  "주변사람들이 미쳤다고 했죠. 미국에서 잘 되고 있는데 왜 또 황무지에 가서 고생을 하려 하냐고."

 그러나 우려는 기우일 뿐이었다. 끊임없은 연구와 고민 때문일까. 현재 '리디아'는 러시아 패션 업계에서 알아주는 고급 브랜드로 성장했다.

 "유럽권에서 선호하는 스타일이 러시아에서도 통했어요. 사실 이는 제가 미국에 오기 전부터 고수해 오던 스타일이었죠. 이를 현지 트렌드와 접목하기 위해 수없이 고민했어요."

 특히 러시아 진출에는 현지 영화배우 출신인 세르게이 달킨 라리사의 도움이 크다고 신 디자이너는 털어놨다. 전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던 라리사는 평소 문화·예술에 관심이 높았다. 그런 그가 지인의 소개로 만난 신 디자이너의 활동을 후원하길 원했고, 신 다자이너의 현지 모델 선발 콘테스트에서 심사위원으로까지 나서 주기도 했다. 

이후 인지도를 쌓으며 승승장구한 신 디자이너는 이제까지 러시아에서 대형 패션쇼만 무려 3차례를 했다.

 그러나 그녀에겐 이제 시작일 뿐이다.

 "러시아 패션 시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했어요. 동유럽의 시작인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러시아와 미국을 넘나들며 전 세계에 브랜드 네임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갓 스무살이 된 1980년 친구들과 놀러갔던 라스베가스가 세계 패션의 요람이 될 것으로 판단,  결국 진출에 성공하고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다졌던 신 디자이너. 이번엔 러시아를 발판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LA에서 대형 신작발표회 개최

  신 디자이너의 활동은 미국에서도 계속된다. 러시아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오는 12월에 LA 인근 게티뮤지엄에서 대형 패션쇼 및 신작발표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에 따르면 패션쇼 1부에선 '리디아' 브랜드의 작품들을 소개하며, 특히 2부에선 새로 런칭하는 '코발티(Cobaltii)' 브랜드를 선보인다.

 고급 하이패션 브랜드인 '리디아'와 달리 '코발티'는 주로 20~30대 젊은 층을 겨냥한 캐주얼 브랜드로 신 디자이너의 뛰어난 감각이 그대로 묻어나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날 신작발표회에선 무려 100여점의 코발티 작품이 선보일 예정인데, 이를 보기 위해 바이어와 주류고객 등 무려 4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그녀는 귀띔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꿈을 쫓는 그녀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미스 프리미어' 선발대회에서 심사위원인 리디아 신(왼쪽) 디자이너가 수상자들에게 축하인사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