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사드 중요한데 진상 보고안돼"…文대통령, 국기문란 차원으로도 인식
내부절차 통한 사드 외교공간 확보도…내달 한미정상회담에 영향 끼칠 듯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30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발사대 추가 반입 경위조사 지시는 이번 사안이 '절차'와 '투명성'이라는 원칙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사드배치 결정 및 도입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차기 정부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사드 문제에 대한 전체적 경위 파악을 위해 국가안보실에 사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으며 공론화 등의 절차를 진행한 뒤 국회 비준 여부 등에 대해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비공개로 사드 발사대 4기가 반입된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이다. 이미 국내로 들어와 있는 사드 레이더 및 발사대 2기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발사대의 존재를 확인한 셈이다.

특히 이미 들어와 있는 장비와 달리 이번 발사대 4기는 국방부가 반입 사실을 공식 발표한 적이 없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절차적 투명성·정당성 면에서 문제점이 더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청와대는 국방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시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사실을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나아가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드가 중요한 의제인데도 새 정부 출범 후 정확히 진상 보고가 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진상조사 지시를 내리면서 국방부가 발사대 4기를 비공개한 배경에 대해 환경 영향평가를 회피가 목적이 아니냐고 직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의혹 제기와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새 정부 출범 이전에 반입된 발사대 4기를 숨긴 것 아니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발사대 4기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며 그래서 격노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국기 문란에 버금가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이른바 '군기 잡기' 성격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 비리 문제에 대한 재조사를 비롯해 국방 개혁 추진을 앞두고 불투명한 국방시스템에 대한 개혁을 예고하면서 기강 확립에 나선 것이란 의미다.

또 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에는 외교적으로 최대 현안인 사드 문제를 풀기 위한 전략적 고려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핵 대응 차원에서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에 대해 중국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적으로 투명성·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 사드 문제에 대한 우리의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다.

다만 청와대는 사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까지 충분히 시간을 갖고 국회 비준동의 문제까지 포함한 처리 방향을 결정해 "순리적으로 풀겠다"(문 대통령)는 게 문 대통령의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절차적 문제가 드러날 경우 사드 발사대 4기를 미국으로 돌려보내느냐'는 질문에 "그 이후의 문제는 당장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비공개로 반입된 사드 발사대에 대해 "충격적"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진상 조사 지시를 내렸다는 점은 새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발표 시점을 미묘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야당이 문 대통령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을 놓고 공세를 강화하면서 청문 정국이 조성된 가운데 문 대통령의 이번 진상조사 지시가 나왔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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