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흡연 '악성 폐질환'고통 애연가의'후회' 

[세계 금연의 날] 한국 금연 광고 모델 출연 허태원씨


 
담배가 독약이라던 이주일씨 말… 그땐 왜 귀담아 듣지 않았을까
휴대 산소통 없인 숨쉬기 힘들어 "병 들어 후회말고 당장 끊으라"

 "이주일 씨가 나온 광고도 봤죠. 그땐 내가 건강했으니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때 담배를 끊었다면 이 정도로 망가지진 않았겠죠."

 세계 금연의 날인 오늘(31일)부터 한국서 TV와 라디오 등을 통해 방송되는 증언형 금연광고에 출연한 허태원(65·사진)씨. 40년 흡연은 그에게서 '숨'을 앗아갔다. 키 160㎝에 깡마른 60대 남성은 메고 온 가방에서 휴대용 산소통을 꺼내 보이더니 "담배, 원수지, 원수"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는 "폐가 망가져 운동을 못 하다 보니 근육량까지 확 줄었다"고 말했다. 한때 58~59㎏까지 나가던 몸무게도 38.5㎏으로 줄었다.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 수준이다.

 허씨가 담배 탓에 얻게 된 병은 이른바 '숨찬 병'이라 불리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다. 의료진에 따르면 허씨의 폐 기능은 정상인의 30~35% 정도. 카페에서 커피를 사면 주는 납작한 빨대를 입에 물고 코를 막은 채 숨 쉬는 정도의 수준이다.

 허씨는 "일찌감치 담배를 끊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광고에 나와 "40년간 담배를 피운 대가로 COPD라는 폐 질환에 걸렸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자다가도 숨이 턱턱 막히고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응급실에 실려 간다. 나처럼 병에 걸리고 나서야 끊지 말라"며 "끊을 수 있을 때 오늘 당장 끊으라"고 호소했다.

 군 복무 시절인 1974년 담배를 시작한 허씨는 40년 동안 하루 한 갑에서 한 갑 반씩 피웠다. 첫 딸이 태어났을 때 처음 금연을 시도한 이후 일 년에 한 번씩은 담배를 끊어보려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흡연 폐해는 시나브로 진행됐다. 우선 자꾸 기침, 가래가 심해졌다.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한번 시작하면 숨이 안 쉬어지고, 오장육부가 다 튀어나오는 기분이었습니다."10여 년 전엔 시골 동네 의원에서 천식 진단을 받았지만 그래도 담배를 계속 피웠다.

 그러다 서울에 올라와 정밀 검진을 받았는데 그때 COPD 판정을 받았다. 허씨는 "이때에야 '또 태우면 죽는다'는 각오로 겨우 담배를 끊었다"고 했지만 한번 망가진 그의 폐는 계속 악화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COPD는 일단 걸리면 폐 기능을 되살리기 어려운 '완치 불가'질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담배를 끊고 나서는 기침할 때마다 느껴지는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은 없어졌지만, 지금은 숨이 턱에 차올라 계단을 오를 수 없다. 평지에서도 50m만 가도 숨이 차다.

 그는 2002년 '담배 맛있습니까. 그것은 독약입니다'라는 내용의 고(故) 이주일씨 금연 광고를 기억한다고 했다. 허씨는 "그때는 내가 젊을 때라 귀담아듣지 않았다"며 또 후회했다. 허씨는 "내가 찍은 광고로 흡연자가 한 명이라도 줄기를 바라는 마음에 금연 광고 출연에 응했다"며 고개를 떨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