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 "사교성 있는 친절한 사람이었다…모두가 충격"
최근 급진 이슬람단체 추종…英극단주의자 다룬 다큐멘터리에도 등장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테러의 범인이 이웃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던 평범한 가장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런던경찰청이 5일(현지시간) 공개한 테러범 2명 중 쿠람 버트(27)는 태어난 지 2주 된 갓난아이와 3살배기 아들을 둔 아빠였다고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파키스탄 태생의 영국 시민권자인 버트는 2014년 런던 동부 바킹 지역의 한 아파트로 이사왔으며, 동네 어린이들과 자주 어울렸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이웃집에 사는 세라 세키예즈웨는 "딸은 버트가 핼러윈에 사탕을 아주 많이 준 사람이라고 말했다"며 "그는 아이들에게 친절했고, 아이스크림 트럭이 오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줬으며, 여름에는 탁구를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웃인 켄 치그보는 "그는 일주일 전 바비큐 파티에 나를 초대했다. 사교성이 있는 친절한 사람이었고, 우리는 잘 지냈다"며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테러범 버트는 런던 억양의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광팬'으로 테러 당시에도 아스널 셔츠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되면서 많은 지인이 이를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트는 영국 내 급진 무슬림 단체인 '알무하지룬'을 추종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에 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이웃집 지하디'에도 그의 모습은 등장했다.

지난해 '채널4'에서 방영된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버트는 런던의 한 공원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깃발을 펼친 한 남성 뒤에 일렬로 서 있는 6명 중 하나로 카메라에 포착됐다.

평소 그는 트레이닝복 위에 정강이까지 내려오는 보수적 이슬람교 예복을 입고 다녔다. 위협적인 분위기의 이슬람교도 남성 3∼4명이 정기적으로 그의 아파트를 드나들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트는 마을 공원에서 아이들과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슬람교 개종을 권유해 상당수 이웃 주민들이 불편하게 여겼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이웃은 WSJ에 "매우 이슬람적인 것들을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이 '병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웃 주민인 마이클 데미터는 "두 달 전 문을 노크하더니 10살짜리 내 아들을 차에 태워주겠다고 해서 '당신 미쳤느냐. 왜 내 아이를 태워주느냐. 꺼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