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인도 조약 탓…혐의액 492억원→40억원대로 줄 듯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녀 섬나(51)씨가 범죄인인도 절차에 따라 프랑스 도피 3년 만에 강제송환됐다.

유씨는 애초 49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우리나라와 프랑스 간 범죄인인도 조약에 따라 실제로 기소될 혐의 액수는 40억원대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인천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씨를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내 한국행 대한항공 KE902편 여객기에서 체포했다.

유씨는 이날 오후 2시 4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인천지검으로 압송됐다.

그는 인천지검 청사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흰색 바지에 짙은 회색의 긴 코트 차림의 유씨는 수건으로 가린 수갑을 찬 채 여성 수사관 2명에게 이끌려 포토라인에 섰다.

유씨는 49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에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평생 일을 하며 살았고, 일한 대가 외에 아무것도 횡령하거나 배임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장기간 해외도피 이유에 대해서는 "도피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부인한 뒤 "지난 정권의 무자비한 공권력을 피해 해외의 다른 법으로부터라도 보호받기 위해 이제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관련해 "가슴이 너무 아프고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유 전 회장의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관련설에 대해서는 "믿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유씨는 559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동생 혁기(45)씨와 연락을 했느냐는 질문에 "사건 이후로는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씨는 2009년 4월부터 2013년까지 디자인업체 '모래알디자인'을 아버지인 유 전 회장의 측근 하모(61·여)씨와 공동 운영하는 과정에서 관계사인 '다판다'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40여억원을 받아 챙겨 다판다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씨를 관계사인 주식회사 세모의 대표에게도 보내 건강기능식품의 포장 디자인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겠다며 67차례 총 43억원을 요구해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애초 유씨의 횡령·배임 혐의 액수는 2014년 검찰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한 492억원으로 알려졌으나 한국과 프랑스 간 범죄인인도 조약에 따라 혐의 액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약 15조(특정성의 원칙)에 따르면 범죄인인도 청구국은 인도 요청 시 피청구 국에 제시한 범죄인의 체포 영장에 적힌 혐의 외 추가로 기소할 수 없다.

이에 따라 2014년 유씨의 체포 영장에 포함된 컨설팅 용역비용 91억원 외 나머지 다른 관계사들로부터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 선급금 명목으로 받은 400여억원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과 프랑스의 횡령 혐의 공소시효가 달라 91억원 중 세모와 관련한 컨설팅비 횡령·배임액 43억원도 기소 대상에서 빠질 전망이다.

만약 검찰이 유씨의 사진 작품 선급금 부분과 세모 관련 횡령·배임 혐의를 추가해 기소하려면 프랑스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씨의 장기간 해외 도피생활과 범죄액수 등을 고려할 때 이르면 검찰은 오는 8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강제송환한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했기 때문에 충분히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씨가 강제 송환됨에 따라 경영 비리에 연루된 유병언 일가 중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인물은 혁기씨 뿐이다. 그는 2014년 11월 미국에서 거물급 변호사를 선임한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유 전 회장은 참사 이후 모습을 감춘 채 수 개월간 도피생활을 하다가 2014년 7월 전남 순천의 한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