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콩쿠르 조성진' 이어 또 한번의 쾌거 

[월요화제]

 제15회'반 클라이번 콩쿠르'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한국인 첫 우승 
 "1위로 호명된 순간 머릿속 하얘져…'시험' 아닌 감정 표현에 집중" 


 미국 최고의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스물여덟 한국 청년이 또 한 번 기적을 일으켰다. 10일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막 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이 1위인 금메달을 차지했다. 2위는 미국의 케네스 브로버그(23), 3위는 미국의 대니얼 슈(19)가 차지했다.

 선우예권은 이 콩쿠르 55년 역사상 한국인 첫 우승이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지난 2015년 조성진이 우승한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에 버금가는 피아노 전문 경연대회다. 전설적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가 1966년 대회에서 우승했고, 한국인으로는 양희원(2005년)과 손열음(2009년)이 각각 2위를 했다.

 2위는 미국의 케네스 브로버그(23), 3위는 미국의 대니얼 슈(19)가 차지했다.

 선우예권은 5만 달러(5천600만 원)의 상금과 함께 3년간의 미국 투어, 음반 발매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5월 25일 개막한 올해 대회에서는 대륙별 예선을 거쳐 선발된 15개국의 30세 이하 신예 피아니스트 30명이 기량을 겨뤘다. 한국인 참가자 5명 가운데 선우예권, 김다솔, 김홍기가 12명이 겨루는 준결선에 진출했고, 이중 선우예권이 6명으로 좁혀진 결선까지 올랐다.

 선우예권은 결선 무대인 9일 밤 피아노 협연의 난곡으로 손꼽히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폭발적인 에너지로 소화해 관객들의 전원 기립 박수와 환호를 끌어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견줄만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길 희망하는 피아니스트에게는 '등용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선우예권은 우승 직후인 10일 밤 한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승자로 호명되던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했다. 그는'시험'이란 생각을 떨쳐버리고, 느낀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충실히 표현하자고 마음을 다잡은 것이 우승을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2월 2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600석)에서 열리는 선우예권의 독주회 티켓은 11일 콩쿠르 우승 소식을 타고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선우예권은 

 다른 피아니스트보다 다소 늦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실력에 비해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늦게 알려진 연주자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미국 커티스음악원, 줄리아드 음대, 뉴욕 매네스 음대에서 수학했고 세계적 연주자인 리처드 구드와 세이무어 립킨을 사사했다. 2015년 7월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한국인 최초로 독주회를 열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예브게니 키신 등 당대 최고 피아니스트들이 서는 무대다. 지금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베른트 괴츠네에게 배우고 있다.


선우예권(가운데)과 2위를 한 미국의 케네스 브로버그(왼쪽), 3위 대니얼 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