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씨 등 길게는 3년8개월 억류중…정부, 안위 파악에 어려움
통일부 "남북 대화채널 복원되면 억류 국민 안위 가장 먼저 확인"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백나리 기자 =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하면서 북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안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는 우리 국민 6명이 억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북·중 접경 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다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013년 10월에 밀입북 혐의로 체포한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씨에 대해 국가정보원과 내통했다며 북한 형법의 국가전복음모죄, 간첩죄 등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지금까지 억류하고 있다.

또 김국기(2014년 10월 억류), 최춘길(2014년 12월 억류) 선교사 등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채 억류돼 있다.

북한은 2015년 3월 이들을 기자회견장에 세우고 "미국과 괴뢰 정보기관의 배후 조종과 지령 밑에 비열하고 음모적인 암살 수법으로 최고 수뇌부를 어째 보려고 날뛴 테러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억류 사실이 공개된 고현철씨 등 나머지 3명은 탈북민이다.

정부는 억류된 우리 국민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어디에 억류돼 어떤 환경 속에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과거 당국회담 등을 통해 북측에 직접 억류자의 석방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북한은 이에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전했다.

지난 2월 개성공단 운영이 전면 중단된 이후로는 아예 남북 간 통신 채널마저 차단되면서 송환요구조차 못 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당국 간 대화채널이 복원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이 억류된 우리 국민의 안위를 확인하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처럼 북한에 공관을 둔 유럽 국가들을 통해 억류자들의 안위를 파악하려고 노력했지만,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남북한은 서로를 국가로 보지 않기 때문에 외국 공관을 통한 영사 접견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적십자위원회를 통해서 억류자들에게 가족들의 편지를 전달하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역시 성과가 없었다. 지난 2월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 대표단의 방한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엔에도 억류자들의 귀환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특히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중 일부는 건강이 좋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김국기 선교사의 경우, 억류 당시 고혈압과 당뇨병 등을 앓고 있었다고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이 지난 4월 전한 바 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김국기씨의 경우 현재 건강 상태는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았을지 우려된다"면서 "다른 억류자들의 안위도 현재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억류한 외국인에 대해 영사 접견을 선택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가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와 면담하고, 가족과 전화통화도 했다.

억류 중인 미국인들에 대해서도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접견을 허용해 왔는데, 웜비어가 혼수상태에 빠진 이후로는 접견이 차단됐다.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의 마르티나 아버그 소모기 2등 서기관은 지난 2월 "지난해 3월 2일이 웜비어씨를 방문한 마지막 날이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 방송이 전했다.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