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강화로 소규모·비조직적 테러 증가…추적 힘들어 방지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최근 유럽에서 전문 테러리스트가 아닌 급진화된 일반인이 저지른 소규모 테러가 잇따르면서 테러리즘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형태의 테러는 이전 이슬람국가(IS) 등이 자행한 대규모 테러보다 조직적이지도, 정교하지도 못한 한계가 있지만,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은 더 커졌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런 소규모 테러의 대표적 예로는 최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와 브뤼셀 중앙역에서 벌어진 자살폭탄 테러가 있다.

두 테러의 용의자들은 다소 미숙한 방법으로 테러를 시도하다 의도한 대규모 살상을 이루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IS의 네트워크에 속해 있진 않았지만, 인터넷을 통해 IS 사상에 급진화된 것으로 양국 수사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두 사건에서 나타나듯 테러조직으로부터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이런 '신종' 테러범들의 공격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테러가 최근 증가추세라는 점이 유럽국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유럽 안보 당국 관계자들은 IS가 지난해 5월 추종자들에게 서구의 비무슬림을 살해하라는 지령을 내린 이후 이런 소규모, 비조직적 테러가 늘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유럽연합(EU)과 각국 정부가 감시수준을 높이고, 더 많은 경찰과 군인을 배치하는 등 대테러 노력을 강화하면서 이와 같은 테러 형태의 변형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에서 대대적인 IS 격퇴전이 전개되면서 조직적 테러를 이끌 테러단체 지도자들의 행동반경이 좁아진 것도 이런 소규모 테러의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러 규모가 축소됐다고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며 새로운 테러에 맞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소규모 공격은 테러범과 테러조직과의 약한 연계성 때문에 용의자들이 대부분 당국의 감시망에 올라있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정보기관들의 추적이 어려워 테러의 사전 방지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또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테러범들이 칼과 차량 등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로 막무가내로 공격한다는 점에서 위협은 더 커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 차량 테러와 런던 브리지 테러에서 보이듯 이들이 테러의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도심, 명소 등을 목표로 한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유럽의 한 안보 담당 관리는 WSJ에 "이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가 아닌 들개(stray dog)의 시대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리도 "이런 테러가 기준 미달이고, 더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기는 쉽다"면서 "하지만 이는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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