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이나 치정?…경찰 "카드 빚 4천만원, 금품 노렸을 가능성 커"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골프연습장에서 주부를 납치·살해한 혼성 3인조의 범행 동기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들 모두 강력범죄 전과가 단 한 건도 없어 한순간 납치·살인을 저지른 경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경찰은 심모(29·검거) 씨, 심 씨 6촌 형인 심천우(31·수배), 심 씨 형의 여자친구 강정임(36·수배) 등 3명이 금품을 노려 범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지난 24일 피해자를 납치해 경남 고성에 떼놓고 우선 한 일도 피해자 명의 카드 비밀번호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들 중 강 씨는 피해자 소유 고급 외제차를 창원으로 끌고가 버린 뒤 심 씨가 모는 차를 타고 고성으로 돌아가던 중 자동인출기(ATM)에서 비밀번호가 맞는지 확인했다.

경찰은 이 시간대 강 씨가 심 씨 형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비밀번호 확인 직후로 추정되는 오후 10시 30분께 피해자와 단 둘이 있던 심 씨 형이 고성의 한 폐주유소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이 사이 피해자 가족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가 없었던 점, 납치 2시간여 만에 피해자가 살해된 점 등을 토대로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피해자 카드로 돈을 더 인출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정황도 확보했다.

3인조는 납치·살인 다음날인 25일 오전 광주에서 피해자 명의 신용·체크카드 2장으로 수 차례에 걸쳐 총 410만원을 인출했다. 당초 금액은 480만원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중 신용카드는 70만원씩 5번을 뽑다가 정지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체크카드로 60만원을 한 차례 인출한 심 씨는 당시 변장을 한 상태였지만 "(발각될까봐) 무서워서 (많이) 안 뽑고 와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심 씨 형으로부터는 "돈을 왜 이것밖에 뽑지 못했느냐"는 질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 씨는 또 "처음에는 차에 부딪혀 다쳤다고 해서 돈을 뜯어볼까 하는 얘기를 나눴다", "피해자가 외제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 돈이 많을 거라고 봤다", "처음에는 (돈이 더 많을 것으로 여긴) 남자를 대상으로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3인조 중 주범인 심 씨 형이 무직에 신용불량자인데다 카드 빚이 4천만원가량 된다는 진술도 탐문 수사를 통해 확보했다.

이런 가운데 과거 골프장 캐디 일을 함께 하며 사귄 강 씨와 수 개월 전부터 다시 만나던 중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봤다.

골프연습장에 재력가 출입이 잦다는 점을 알고 본인들에게 친숙한 장소를 골랐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추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400여만원 때문에 납치·살인이란 강력범죄를 저지른 점이 석연치 않다며 원한이나 치정 등 특수한 사정 때문에 발생한 범죄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경찰은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심 씨 형이 예비군 훈련 불참 등으로 병역법 관련 전과 2범이긴 하지만 셋 모두 강력범죄 전과는 없어, 예전에 검거되진 않았지만 범죄 행각을 저지른 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에 쓰려고 이달 초 마산에서 차량 번호판 1개를 훔친 사실도 확인했다. 그렇지만 이들이 과거 다른 범죄에 연루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 측은 "현재로는 피의자들이 금품을 노려 범행했다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도주한 피의자들이 검거되면 범행 동기 등에 대해 면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