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이저리그 전반기에 나온 놀라운 홈런 수치는 올스타전에서도 최대 화제였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11일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연례 간담회에서 "배트도 홈런 증가의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면서 "방망이 검사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정 배트가 사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해보겠다는 의지다.

토니 클라크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사무총장도 "우린 지금 야구공에 집중하지만, 결국엔 방망이도 조사해봐야 한다"면서 만프레드 커미셔너와 보조를 맞췄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선 전반기에만 2652경기에서 3343개의 홈런이 터졌다.

경기당 1.26개꼴로 2000년 역대 최대치인 경기당 1.17개를 능가한다. 사상 최초로 홈런 6천 개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투수들 사이에선 그간 홈런 증가가 메이저리그 공인구 조작과 관련 있다는 음모론이 돌았다.

볼 자체를 예전 공인구와 달리 아주 단단하게 만들고, 손가락으로 낚아채기 어렵게 실밥을 공 표면에 박아 맞으면 더 멀리 날아가도록 공을 제조했다는 설이다.

실밥이 도드라지지 않으면 투수는 손가락으로 회전을 줄 수 없고, 그 영향으로 변화구의 위력은 반감된다.

손가락 물집 부상을 호소한 투수들이 공인구 조작설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

일간지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수년째 공인구를 검사해 온 매사추세츠 로월대학에서 공을 조사했지만 뚜렷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올해 제3의 기관에 공인구 검사 과정의 감사를 의뢰해 공인구의 변화가 공격력에 영향을 끼쳤다는 증거가 없다는 결론도 얻었다.

야구공에 별다른 이상이 없자 이번엔 시선이 방망이로 향하는 셈이다.

하지만 방망이 안에 반발력이 좋은 무언가를 집어넣어 제조한 부정 배트가 아니라 선수들이 과거보다 품질 좋은 방망이를 사용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시각도 있다.

클라크 사무총장은 "배트의 근간인 나무 재질은 과거보다 명백히 개선됐다"면서 방망이 제조사들의 품질 향상 노력 덕분에 홈런이 늘어났을 수 있다고 평했다.

공인구 조작과 부정 배트 얘기가 계속 나도는 와중에도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홈런은 야구에서 인기 있는 장면"이라는 말로 논란을 비켜갔다

수비 시프트를 깨기 위한 장타 생산 전략으로 어퍼스윙이 유행해 홈런과 뜬공이 양산됐다는 주장, 지구온난화로 타구 비거리가 늘어났다는 주장 등 다양한 이론이 쏟아졌다.